'합병' 웨이브·티빙 앞에 놓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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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1] 지분 정리 등 과제 산적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급 최소화 등 콘텐츠 경쟁력 확보 중요

웨이브와 티빙 앱 이미지.
웨이브와 티빙 앱 이미지.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국내 OTT 시장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웨이브와 티빙이 조만간 합병한다는 소식이다. ‘국내 OTT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7월에도 최종 담판만 남았다는 기사가 있었으나 8월에 열린 CJ ENM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하면서 합병 논의는 잠잠해졌다. 다시 합병이 수면 위에 올라온 국내 두 OTT의 합병이 매우 기대된다.

지금까지 국내 OTT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몇 차례 있었다. 2016년 KBS, MBC, SBS가 미국에 현지 OTT 서비스를 위한 KCP(Korea Content Platform)를 설립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 푹(Pooq)과 티빙(Tving) 통합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2020년 7월 당시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이 “웨이브가 CJ의 OTT 티빙과 합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박성제 방송협회장도 웨이브와 티빙이 합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재개된 합병 논의는 8월에 CJ가 선을 그으면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난주에 전격적으로 “이번 주 결단”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CJ ENM의 결심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웨이브의 최대 주주인 SK스퀘어는 지속적으로 합병하자는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주된 이유는 2,410억 원의 일시상환이다. 2019년 SK스퀘어(당시 SK텔레콤)는 2023년 웨이브의 기업공개(IPO)를 신청하고 2024년 상장에 성공한다는 조건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FI)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콘텐츠웨이브의 상장이 불발된다면 주식 미전환 사채의 권면총액 2,000억 원과 5년 만기로 연복리 3.8%를 적용한 금액(410억 원)을 합한 2,410억원을 일시 상환하기로 했다. 2024년 11월까지 상장을 완료하려면, 최소 올해 11월까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했었다. CJ ENM 입장에서도 지난해 1,192억 원의 적자를 봤고, 올해는 더 커질 전망이어서 통합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합병을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는 두 회사의 지분구조 정리와 공정거래윈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이 있다. CJ ENM은 티빙 지분의 48.85%를 보유하고, SK스퀘어는 콘텐츠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OTT 합병 시나리오는 티빙·웨이브의 결합 후 현재 OTT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티빙의 1대 주주 CJ ENM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는 2대 주주가 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CJ ENM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후 지분율 40%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또 합병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이 되면 공정거래위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코리안클릭 기준 7월 이용자수가 넷플릭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쿠팡플레이와 <무빙>의 성공을 통해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9월에는 웨이브도 앞섰던 디즈니+ 때문에 결합심사 통과가 큰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10월 순이용자수는 넷플릭스 1,147만 명, 티빙 545만 명, 쿠팡플레이 530만 명, 웨이브 447만 명, 디즈니+ 401만 명이다.

웨이브와 티빙에 얽힌 복잡한 지분도 각 사의 입장이 있어 조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2024년 상환해야 하는 웨이브 투자금 2,410억 원에 대한 SK스퀘어와 CJ ENM의 합의도 쉽지 않다. 각기 다른 요금제와 얽혀있는 제휴 서비스 문제도 간단하지만은 않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은 국내 OTT의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하지만, 중복 가입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합병만으로 넷플릭스에 필적할 정도로 가입자가 증가한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푹과 옥수수를 합병하여 웨이브가 출범했지만 가입자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합병 OTT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우선 독점 콘텐츠의 확대 전략이 중요하다. 현재 웨이브와 티빙의 지분을 갖고 있는 모든 방송사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새로운 합병 OTT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는 네이버와 ‘아래아한글’ 정도다. 이 사례처럼 한국 콘텐츠의 독점력을 강화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에 진출했을 때 별 존재감이 없었다. 볼 만한 한국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넷플릭스가 급성장한 데는 <킹덤>의 성공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tvN과 JTBC의 콘텐츠 공급이 주된 요인이었다.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들이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을 끊고 독자 OTT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독점 콘텐츠를 통해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 이미지 

이처럼 두 OTT가 합병해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기존의 콘텐츠 공급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국내 방송사가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고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텐트폴 드라마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적 전략하에 단기적인 손실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합병은 국내 이용자들의 복지로 이어진다. 한 곳에 접속해서 국내 방송사의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이용자에게 구독피로를 덜어주는 효과를 준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콘텐츠가 소비되므로 콘텐츠의 다양성도 증가하고 더 많은 콘텐츠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외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 해외 이용자에게는 어떤 방송사의 콘텐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 K-콘텐츠라는 타이틀로 유통된다. 해외에 단일 플랫폼으로 진출한다면 K-콘텐츠의 힘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코코와’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여기에 티빙 콘텐만 추가하면 된다. 코코와가 곧 유럽에도 진출할 계획이므로 더욱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대목이다. 동남아 등으로 더욱 확장했으면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넷플릭스 하청기지화하는 국내 콘텐츠 산업이 재정비되고 선순환 구조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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