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실패 책임 전가"...EBS노조, 사장 퇴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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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올해 289억 적자 예상에 인건비 5% 삭감 제안

EBS 사옥

[PD저널=엄재희 기자] EBS가 올해 300억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언론노조 EBS지부(노조)가 임단협 중단 선언에 이어 김유열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EBS지부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반발한 반면, 사측은 공적 재원 부족과 출판·광고 수입 감소로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다며 노사 협력을 요청했다.

앞서 EBS 사측은 올해 4차례에 걸친 임단협에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인건비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시행 △연차사용 촉진제도를 노조에 제안했다. EBS는 지난해 256억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289억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EBS지부는 김유열 사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오판이 적자 폭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EBS 사측은 지난해부터 약 50억원을 들여 EBS <위대한 수업>의 모든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올해 매출액은 11억 4000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BS는 자체 방송 콘텐츠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출판사 'EBS북스'를 설립했지만, 출판 시장의 불황으로 큰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올해 초 편성 시간의 30%를 교체하고 16개의 신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대규모 봄 개편 단행에도 구성원들의 우려가 있었다.

박유준 EBS지부장은 통화에서 "김 사장이 각 사업 담당자의 우려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면서 지금과 같은 재정 위기가 벌어졌다"며 "지난해 256억 적자 중 100억 이상은 사장의 오판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최초의 EBS 출신 사장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진 상황"이라고 했다.

박 지부장은 "방송산업 자체가 하락세이고 공적 재원이 부족한 EBS의 구조적 제정 문제도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지원금을 당장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업적 수익을 어떻게 낼지 고민해야 하는데 사장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고 일단 멈춰 세워야 한다"고 했다.

EBS지부는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노사 신뢰를 훼손한 점도 지적하고 있다. 앞서 EBS지부는 지난달 22일 임단협에서 사측 교섭위원이 "교섭안을 거부하면 단협을 폐기하겠다" "그 후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며 사장 사과와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를 요구하고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EBS지부는 "김 사장은 위기를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노동조합을 협박하는 망동을 저질렀다"며 "구성원들이 희생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폐기하고 사측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반노동적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엄중한 죄를 묻겠다"고 했다.

EBS지부가 이처럼 사장 퇴진 요구까지 나선 배경에는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피로와 누적된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BS는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퇴직 순감 인력 미충원, 파견·계약직 100% 감원 등 인건비 감축을 해왔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BS지부가 5일 EBS 사옥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노조도 문제를 같이 풀려고 합리적인 요구를 하고 경영진과 대화한 시간들이 있었다"며 "참고 또 참았지만 돌아온 것은 '파업하려면 하라'는 노사 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 "지난 2년간 김유열 사장은 독단과 아집으로 구성원의 지적과 염려를 묵살했다"며 "김 사장은 더 늦기 전에 그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라. 시대착오적이며 독단적인 경영 판단과 불통을 일삼아 EBS의 몰락을 앞당긴 당신에겐 지금의 위기를 바로잡을 능력은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EBS지부가 5일 EBS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D저널

반면, 사측은 공적 재원 부족과 출판 수입 감소, 방송 광고 축소를 적자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EBS 한 관계자는 "EBS는 유아, 초중고, 일반 성인 등 전 연령을 아우르는 공영방송임에도 전체 재원의 70%를 자체 수익으로 운영하는 불안정한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주 수입원인 출판 수입과 방송 광고 수입은 학령인구 감소와 출판 시장의 불황, 디지털 전환기의 방송광고 시장의 축소로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원자재 물가인상 등에 따른 운영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임단협 중단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와 교섭위원 교체를 약속했는데도 노조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유열 사장은 5일 '직원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달 4~5일 중 게시판을 통해 사장 사과문을 게시하고 교체된 교섭위원 명단을 노조에 통보했다"며 "그런데도 노조는 성명에서 '조합이 요구한 사측교섭위원 교체 및 인사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경영실적에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노사갈등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 "그동안 EBS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으로 2023년에 비해 200억원 이상 수지가 개선된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만 더 노력하고 협력한다면 머지않아 적자경영에서 벗어날 기반이 마련된다"고 밝혔다.

EBS지부는 6일부터 사흘간 김 사장 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BS지부는 김 사장 후임에 대한 우려에 대해 "경영 실패 책임을 우리의 힘으로 묻지 못하면 다음 사장이 누가오더라도 EBS를 바로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BS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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