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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6 10:15
  • 수정 2023.12.13 11:56

“1인 3역 암벽등반 다큐…TBS 구성원과 난관 극복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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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암벽등반 도전기 담은 TBS '넘어져도 괜찮아' 연출한 김한슬 PD

지난달 30일 방송된 TBS 등반다큐 '넘어져도 괜찮아'에서 암벽등반에 도전한 김한슬 PD.
지난달 30일 방송된 TBS 등반다큐 '넘어져도 괜찮아'에서 암벽등반에 도전한 김한슬 PD.

[PD저널=박수선 기자] “암벽을 오르면서 등반 과정이 TBS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TBS 구성원들이 이 도전을 보며 함께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한슬 TBS PD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TBS TV <넘어져도 괜찮아>에서 김동찬 촬영감독과 직접 암벽 등반에 도전했다. 김 PD가 등산학교에 입학해 5주 동안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에 등반하는 과정은 앞서 TBS 유튜브 채널 ‘서울랄라’ <슬찬아 학교가자>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김 PD가 직접 출연자로 나서게 된 건 현재 TBS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출연금 삭감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제작비 0원’ 사태에 직면한 TBS는 내년부터는 아예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배제돼 지원을 한푼도 못 받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만난 그는 “‘제작비 0원’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코오롱등산학교 암벽등반 과정에 대해 알게 됐다”며 “출연자도 자급자족해야 했는데 체력이 좋은 PD와 촬영감독이 결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대 입시 준비를 했다는 김 PD는 태권도 4단에 10㎞ 러닝은 무리 없이 할 정도로 운동을 즐긴다. 철인 3종 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는 김동찬 감독도 회사에서 ‘강철체력’으로 통한다고 한다.  
   
제작비가 없어 연출 PD가 출연, 촬영, 편집 등 1인 3역을 해야 하는 제작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주말에 등산학교로 출근하고, 주중에는 편집·회의 등을 하러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이 5주 동안 반복됐다. 

“현재 TV는 협찬 지원을 받은 프로그램만 제작비를 쓸 수 있어요. 다른 유튜브 콘텐츠도 출연자와 작가를 겸한 PD들이 발로 뛰며 제작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슬찬아 학교가자>가 극한 촬영이긴 했지만요. 김동찬 감독은 6㎜ 카메라를 들고 직접 암벽등반을 했는데, 등산학교 선생님들이 이런 방송사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눌렀어요.”

수직에 가까운 경사의 암벽을 오르면서 촬영한 영상은 아찔할 정도다. 머리에 고프로 카메라를 두른 김 PD의 시선을 따라가면, 발밑으로 보이는 아득한 풍경과 탁트인 서울의 전경이 펼쳐진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3주차에 슬랩(평평한 경사면) 구간에서 잡을 데도 없고, 올라가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정말 포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멈춰있다고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미끄러지면 미끄러지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생각으로 암벽을 올랐습니다.”
 

TBS 김한슬 PD와 김동찬 촬영감독의 암벽등반 도전기를 담은 '넘어져도 괜찮아' 영상 이미지.
TBS 김한슬 PD와 김동찬 촬영감독의 암벽등반 도전기를 담은 '넘어져도 괜찮아' 영상 이미지.

열악한 제작 환경, 극한의 암벽등반 체험을 하면서도 두 사람은 절친의 티키타카를 보이며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회사위기‘, ’오도가도 못하는 절벽…이건 마치 TBS’라고 영상에 붙인 태그와 제목으로 회사의 위기 상황도 재치 있게 표현해냈다.  
 
TBS 상황과 겹쳐 보이는 등반기를 본 동료들로부터 훈훈한 감상평도 받았다. 
 
김 PD는 “‘씩씩한 슬찬이를 보고 기운내겠다’, ‘쟤네도 저렇게 하는데 나라고 못 할까’라는 메시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의 도전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TBS 구성원이 보내온 목소리는 비하인드 영상을 추가한 <넘어져도 괜찮아>에도 담겼다. 

“암벽등반의 과정과 경험이 현재 TBS 상황과 비슷해 보였는데, 이 도전을 보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TBS 구성원의 이야기를 다큐에 포함했어요. 함께 힘을 모으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생명줄로 이어진 동료들과 암벽을 오른 경험과 1인 3역을 해낸 고된 제작 과정은 역설적으로 동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줬다고 한다.  

“등반 도중에는 짐을 줄여야 하니까 암벽 위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너무 귀하거든요. 예전에 제작할 때는 당연히 곁에 있어서 몰랐는데, 이제는 동료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혼자보다 함께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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