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못한 이태원 참사,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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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다큐인사이트-이태원' 연출한 이은규 PD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KBS '다큐 인사이트-이태원'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KBS '다큐 인사이트-이태원'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4회 이달의 PD상 TV다큐 부문에 지난 10월 26일 KBS 1TV에서 방송된 <다큐인사이트> ‘이태원’ 편이 선정됐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방송된 ‘이태원’ 편은 이태원 참사 당시 살아남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태원’ 편을 연출한 이은규 PD는 “한순간에 159명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설명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시간이 멈춰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모두 같은 자리 같은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에 구분짓지 말고 서로 얼굴을 마주했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이태원’ 편은 어떻게 제작된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지난 7일 이은규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올해 겨울을 넘기지 않길 바랐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시간이 여전히 멈춰있는 터라 다큐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는 게 조금 부끄럽긴 합니다. 카메라 앞에 어렵게 앉아서 증언을 이어가 주신 생존자, 구조자, 유가족, 지인 그리고 사진과 이름을 공개해 주신 희생자분 모두의 도움과 마음으로 만들어진 다큐이니만큼, 지금도 싸우고 계신 분들께 이 상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날 참사가 났던 골목에 있던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했는지 순서대로 복기하는 것이 참사를 이야기하는 시작점이라고 봤습니다. 

기획 당시에 <다큐 인사이트> 팀 내에서 ‘1주기라서 만드는 다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다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각적인 재현, 차별화된 내러티브, 새로운 정보 등에 고민을 했지만 부족함이 많았고, 결국에는 용기 내서 카메라 앞에서 참사를 복기해 주신 분들이 다큐를 완성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이태원' 편.
KBS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트-이태원' 편.

-참사 생존자인 김초롱씨가 작가로 참여했는데요. 

“현장에 계셨던 분이나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고민이 컸습니다. 김초롱 님은 그 전부터 온라인 글이나 언론 국회 청문회 등 많은 통로를 통해서 말씀하셨던 분이고,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을 초롱 님의 말에서 많은 힌트 얻어서 기획하는 단계부터 먼저 요청드렸었고요. 이 다큐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지 그런 부분들을 검토해 주시는 역할을 부탁드렸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분들과 유가족분들 모두 1년 동안 참사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세요. 이 부분이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순간에 159명이라는 사람이 사라진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설명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모든 게 멈춰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이 선정, 섭외 과정도 조심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참여한 익명의 인터뷰이들에게 다큐 기획 의도를 설명드리고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방송에 이르는 과정까지 사전에 상의하고 최대한 인터뷰이들의 입장을 반영해서 제작하려고 노력했고요. 방송에도 인용됐지만 ‘고통은 피해자의 몸과 마음과 생애 속에 녹아든다. 피해자의 고통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극에 접근하는 입구다’라는 말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왜 쉽지 않은 인터뷰에 참여해 주셨느냐’라고 질문드렸을 때 먼저 간 친구, 애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상은 님 아버님께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니 당일 밤에 전화하던 시간으로 가고 싶다고 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딸을 보낸 안타까움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태원을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태원은 갔을 건데 가기 전에 어떤 다른 변수들을 좀 줘서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은 가끔 합니다’라고 인터뷰 때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날로 돌아가더라도 이태원 가는 걸 막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요. 저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이태원 핼로윈 축제를 즐기러 간 청년들의 잘못은 아닌 거잖아요.”

'다큐인사이트-이태원' 편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이은규 PD.
'다큐인사이트-이태원' 편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이은규 PD.

-사회적 참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것 같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는) 설명되지 못하는 게 큰 것 같아요. 죽음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을 때 고통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요. 다큐를 만들면서 대한민국에서 참사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번 다큐 안에서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이라는 자막 표시를 최소화하려고 했거든요. 우리 모두 같은 자리, 같은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에 구분짓지 말고 서로 얼굴을 마주했으면 했습니다.”

-다큐를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최대한 많은 시청자들이 이태원 10·29 참사를 다시 마주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틈을 조금이라도 넓혀보자는 의도에서 제작한 다큐입니다. ‘이태원’ 편을 보고 이승한 칼럼니스트가 남긴 감상평처럼 ‘46분짜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고 해서 충분히 애도했노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애도의 시작은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 1주기 다큐, <별은 알고 있다> 등 많은 작품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10·29 이태원 참사 이야기를 계속했으면 합니다.”


※ 2014년 4월 KBS에 입사한 이은규 PD는 <추적60분>, <다큐인사이트> 등을 연출했다. 여성 아카이브×인터뷰 시리즈 5부작 제작해 한국PD대상 특별상과 백상예술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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