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강세 지속...반가운 '여성 예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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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콘텐츠 결산 ①] 예능 콘텐츠

대표적인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 디바들의 걸그룹 도전을 담은 '골든걸스',  시즌3까지 제작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은 넷플릭스 '피지컬:100'.
대표적인 연애 리얼리티 '솔로지옥', 디바들의 걸그룹 도전을 담은 '골든걸스', 시즌3까지 제작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해외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은 넷플릭스 '피지컬:100'.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가의 흥행 법칙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를 보면 스타의 ‘이름값’보다 일반인 출연자의 ‘리얼리티’가 화제성을 장악했고, 남성 출연자 중심에서 보조적 위치에 머물렀던 여성 출연자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방송사의 생존이 쉽지 않은 가운데 현직 PD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협업하는 이례적인 행보도 나타났다. 콘텐츠 외적으로는 마냥 성장 가도를 달릴 것 같던 OTT 시장이 세계 경기 침체와 성장세 둔화로 인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 ‘리얼리티’로 승부수 띄운 ‘연애 예능’= 올해 예능은 ‘연애 리얼리티’가 화제성을 일으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널A<하트시그널>. ENA‧SBS Plus<나는 솔로>, MBN<돌싱글즈> 등이 있다. 특히 <나는 솔로>가 단연 압도적이다. <나는 솔로>는 과거 <짝>(SBS)을 연출했던 남규홍 PD가 맡은 예능이다. 16기 방송분은 6.5%(ENA·SBS플러스 합산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TV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숏폼’ 형태로 재확산됐다. 스타 출연자가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의 날 것의 감정선을 강조하면서 각본 있는 드라마보다 재미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밖에 출연자의 연령대를 낮춘 넷플릭스<19/20 열 아홉 스물>, 티빙<소년 소녀 연애하다>등이 제작됐다.
 
한편 일반인이 출연자로 나서다 보니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사생활 논란부터 출연자 간 비방과 공방, 사과 표명 등이 오가며 시끌시끌했다. 당초 연애 예능의 취지에 어긋나게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하거나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자주 제기됐다. 그럼에도 연애 리얼리티 콘텐츠가 지상파‧케이블은 물론 OTT까지 관통한 흐름을 보면 당분간 일반인 출연자를 앞세운 연애 예능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지난 5일 10년 만에 모인 동창생의 로맨스를 콘셉트로 한 <솔로 동창회 학연>을 방영하기 시작했고, 인기 연애 예능 넷플릭스<솔로지옥>과 티빙<환승연애> 시즌3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나는 솔로' 돌싱특집 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나는 솔로' 돌싱특집 편.

■ 언니들은 살아있다…‘여성 예능’ 강세= 남성 위주의 예능판에서 보조적 역할을 머물던 여성이 주연을 꿰찼다. 지난 2021년 SBS<골 때리는 그녀들>이 팀 스포츠(축구)로 예능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면, 올해 방영된 여성 예능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약상을 주목했다. 나름 입지를 다져온 ‘여성 예능’은 탄탄한 시청률을 자랑하며 향후 가능성까지 입증했다. 넷플릭스<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깼다. 스턴트·운동·경호·군인·소방·경찰 등 6개 직업군별로 총 24명이 출연해 미지의 섬에서 7일간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겨뤘다. 넷플릭스<피지컬 100>에서는 남성과 여성 참가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대결했다. 그간 미디어에서 소비하던 미를 내세운 여성상과는 다른 강인함과 리더십, 신체 능력을 조명했고, 호응을 얻었다.

tvN<댄스가수 유랑단>은 가수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이 뭉친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 전성기를 재현한다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여성 가수의 ‘나이듦’과 ‘변화’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현재 방영 중인 KBS<골든 걸스>의 디바의 평균 연령은 59.5세. 프로듀서 박진영과 함께 1980∼2020년을 아우르는 가수 인순이·박미경·신효범·이은미가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춤을 연습하고, 노래 녹음에 도전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5%, 올해 KBS 금요일 동 시간대 예능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여성 댄스 크루의 서바이벌을 그린 Mnet<스트릿 우먼 파이터2>, <스트릿 걸스파이터2>도 인기를 얻었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포스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포스터.

■ ‘간판 예능’ 혹은 ‘솔루션 예능’=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색 콘텐츠를 쏟아내는 가운데 방송사의 생존은 쉽지 않았다. ‘간판 예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체면치레했다. KBS<1박 2일 시즌4>가 시청률 10%대를 넘겼고, SBS<미운 우리 새끼>는 꾸준히 10%대를 유지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MBC<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월요일 예능 강자, <나 혼자 산다>는 금요일 심야 예능 강자를 지켰다. <나 혼자 산다>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눈길을 끈 기안84의 여행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가 시청률 4.7%로 선방하며 ‘간판 예능’을 넘보고 있다. 더불어 방송가에서는 현실적으로 문제를 파악해, 대안을 찾는 ‘솔루션 예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백종원이 장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tvN<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를 비롯해 MBC<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알콜지옥) 시리즈, 동물 훈련사 강형욱의 KBS<개는 훌륭하다> 등이 꾸준히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현직 PD의 홈그라운드를 벗어난 시도가 눈에 띄었다. 장호기 PD는 MBC에 있던 시기에 참가자 100명 가운데 ‘최고의 몸’을 찾는 넷플릭스 〈피지컬:100〉을 제작, 글로벌 상위 10위 TV쇼(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조성현 MBC PD는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해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자신을 신이라고 부른 4명의 사람과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8부작 다큐멘터리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연출한 배정훈 PD는 형사들의 일상을 담은 <국가수사본부>를 기획했다. 이러한 시도는 PD들의 제작역량을 펼치는 기회인 동시에 방송사의 인력과 인프라를 빼서 방송에 송출되지 않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현실을 가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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