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시간 공개한 넷플릭스, 콘텐츠 투명성 '일보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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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2]
넷플릭스 2023년 상반기 시청 시간 보고서 공개 의미는

넷플릭스가 지난 12일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에서 공개한 보고서.
넷플릭스가 지난 12일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에서 공개한 보고서.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넷플릭스가 2023년 상반기 6개월 동안의 글로벌 시청기록을 공개했다. 그동안 매주 톱10과 연초에 전년 톱100을 발표하다가 이번에 공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12일 공개한 <What We Watched: A Netflix Engagement Report> 보고서에 따르면 5만 시간(공개한 엑셀 파일에는 10만 이하는 10만 시간으로 공개) 이상의 시청을 기록한 큰텐츠가 1만 8214개이고, 시청 시간은 934.6억 시간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작품은 1115개로 6.1%에 해당하고, 시간으로 계산하면 786만 시간으로 8.4%를 차지한다. 100위 이내로 한정하면 타이틀의 비중은 15%, 시청시간의 비중은 14.9%로 증가한다. 한국의 <더 글로리>가 6.23억 시간으로 3위에 올랐다.

OTT의 시청 시간은 방송의 시청률이나 시청자수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OTT는 시청 기록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제작 참여자가 갖는 실적에 대한 부담과 성공작에 대한 추가 보상 문제 등이 원인이었다.

시청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은 넷플릭스는 2019년 5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와이드 톱10을 발표했고, 2020년 2월부터 국가별로 영화와 TV시리즈 톱10을 발표하고 있다.

초반에는 시청 기준을 '콘텐츠의 70% 시청'으로 뒀다가 ‘최소 2분 시청한 구독자 수’로 바꾸었다. 넷플릭스는 영상을 2분 시청한 구독자를 ‘초기 이용자(starter)’로 70%를 시청한 구독자를 ‘시청자(watcher)’로 그리고 90%를 시청한 구독자를 ‘종료 이용자(completer)’로 정의했다. 2021년 여름에는 시청 가구에서 28일간의 총시청 시간으로 변경했다. 2023년 6월에는 통합 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시청자 수’를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청 시간도 90일로 늘렸다.

이번에 주별 톱10에서 6개월 동안 10만 시간 이상을 시청한 콘텐츠와 시청 시간을 공개한 일은 큰 진전이다. 분석 대상은 전체 보유한 콘텐츠 중 99%에 해당하는 총 1만 8214개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에 공개한 콘텐츠가 956개로 가장 많다. 현재로 봐서는 2023년 콘텐츠는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이전 콘텐츠가 거의 대부분인 점을 보면 라이센싱 콘텐츠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시청시간 데이터.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시청시간 데이터.

이 중에서 글로벌 유통은 4514개로 전체의 24.8%이고, 일부 지역 한정은 1만 3700개로 75.2%이다. 가장 많이 본 콘텐츠는 <나이트 에이전트>로 8.1억 시간이다. 다음으로 <지니 & 조지아>가 6.7억 시간이다. 10위가 <마니페스트>로 2.6억 시간이니 콘텐츠별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영화 중에선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더 마더>가 2.5억 시간으로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전체 콘텐츠의 평균 시청 시간은 513만 시간이며 중간값은 70만 시간의 <잃어버린 도시 Z(Lost City of Z>이다. 또한, 시청 시간의 55%는 오리지널을 통해 발생했고, 45%는 라이센싱 시리즈와 영화를 통해 이뤄졌다.

한국 작품은 1115개로 6.1%에 해당하고, 100위 안에는 3위를 차지한 <더 글로리>를 비롯해 15개나 이름을 올렸다. <철인황후>는 글로벌 공개가 아니었음에도 1.52억 시간으로 45위를 차지했다. 한국 콘텐츠는 2016년에 <불야성>이 등록된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고, 2022년에 42개로 가장 많았다.

한국 작품의 21%(234개)가량이 글로벌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콘텐츠는 100위 안에 14개가 포함되었고, <더 글로리>가 3위로 6.2억 시간을 시청했다. 다음으로 <피지컬: 100>이 2.4억 시간, <일타 스캔들> 2.3억 시간이다. <더 글로리>의 인기는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가 2023년 상반기 시청 기록을 분석해 공개한 보고서 갈무리.
넷플릭스가 2023년 상반기 시청 기록을 분석해 공개한 보고서 갈무리.

이번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 공개는 먼저 파업을 벌인 작가노조·배우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가 크다. 두 노조는 좋은 실적을 거둔 콘텐츠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면서 콘텐츠의 투명성을 주장했다. 이에 OTT 서비스들은 콘텐츠의 성과를 공개했고,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도 투명성 부족이 크리에이터의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인정했다.

또한 이번 시청 시간 공개로 넷플릭스가 밝혔듯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요소에 대해 더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영어권 콘텐츠가 전체 시청의 30%를 차지했으며, 넷플릭스는 이 데이터를 통해 오래된 타이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 시청 시간을 따져보면 글로벌 유통 여부에 따른 차이를 알 수 있다. 글로벌로 유통된 콘텐츠의 평균 시청 시간은 1,066만 시간이고, 아닌 경우에는 331만 시간이다. 당연한 결과일 수는 있으나 글로벌 유통이 더 많은 시청 시간을 보장한다. 결국 글로벌 유통 여부에 따른 유통 금액의 차이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패럿 어낼리틱스(Parrot Analytics)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할 때 추정치를 사용하는데, 직접 공개한 데이터를 사용하면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넷째, 콘텐츠의 공개 월에 따라 시청 시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3월에 공개한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35.6억 시간으로 가장 높고, 6월에는 17.3억 시간으로 감소했다. 이를 보면 계절적 콘텐츠 유통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콘텐츠의 투명성을 한층 높인 이번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 공개는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하는 데 충분하지는 않지만 큰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6개월마다 자료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시청률 조사기관인 바브(Barb)에 시청 자료를 공개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시청 자료 공개가 이뤄졌으면 한다. 다른 OTT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의 가치 평가에 매우 유용하고, 콘텐츠의 정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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