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꽃피운 내방가사,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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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4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 연출한 이동현 KBS안동 PD

KBS안동이 한글날 특집으로 편성한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KBS안동이 한글날 특집으로 편성한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4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에 KBS안동에서 한글날 특별기획으로 편성한 다큐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 5부작이 선정되었다.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는 여성들이 꽃피운 문학을 통해 한글 문학의 가치를 살펴 보았다.

<여성과 한글: 내방가사>를 연출한 이동현 PD는 “내방가사는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이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라면서 "이 소중한 유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경상북도 안동의 향유자 어르신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다큐 제작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5일 이동현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5부작으로 다룬 내방가사는 방 안에서 지은 가사라는 뜻인데요. 한글 가사 문학이 여성의 방 안에서 시작되어 세상으로 나온 문학입니다. 내방가사는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이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입니다. 당시 지배층들이 한자를 숭상하고 한글은 낮은 것으로 취급을 할 때 여성들은 한글로 가사를 지어서 이런 문화를 꽃피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이 소중한 유산을 지금도 이어가고 계신 경상북도 안동의 향유자 어르신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방가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예전에 교과서를 통해 배운 규방가사도 내방가사입니다. 양반 규수들이 지은 가사라고 해서 규방가사라고도 했는데 같은 말이거든요. 여성들이 사실 조선시대엔 사회적인 활동 거의 못 했습니다. 과거의 기록을 찾아보면 우리가 잘 아는 유학자들도 여성들은 학문할 필요가 없고 제사를 잘 지내면 된다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있었던 거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내방가사를 통해 ‘자신은 세상을 이렇게 보고 어떻게 살고 싶다’고 내방가사를 통해 외쳤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고 여성들이 문학을 통해서 주체적인 활동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글날 특집으로 한 것이잖아요. 여성과 한글을 엮은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내방가사는 한글이 발전해 온 양상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시절에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여성 스스로 자기 생각을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여성이 글을 깨치고 배워서 사용한다는 건 당시 엄청난 저항을 헤쳐가야 되는 일이었습니다. 근데 경상북도 안동에는 사실 지금도 전통문화가 가장 유명한 곳이고 또 유학자들이 많이 나왔어요. 유학자들은 여성들이 글 배우는 걸 그렇게 권장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안동의 여성들이 한글로 자신들의 감정과 삶을 노래했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한글을 과거 안동의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사회에 맞서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거고요. 한글을 통해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여성과 한글을 같이 엮어서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제작 전에 내방가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건가요? 

“제 고향이 경북 안동이에요. 경북 안동에는 내방가사를 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신 많이 연로하시지요. 안동에는 내방가사를 돌아가면서 서로서로 지어서 발표하는 문화도 있어요. 안동에 나이 있으시고 내방가사 하시는 분들은 노래가 아니고 내방가사를 척척 지어서 서로서로 공유하세요.”

-프로그램을 보면 내방가사를 힙합에 접목해봤는데요.

“기억에 남았던 내방가사 중의 하나가 개화기에 지은 내방가사예요. 작자는 미상인데 ‘여성들이여 우리도 글을 배워서 사람 구실 제대로 하자. 우리가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하고 배워가면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라는 가사가 있더라고요. 저는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억눌리고 배움의 기회도 적고 한글도 제대로 배울 교육기관에도 여성들은 잘 들어가지 못했었는데 스스로 한글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도 배우자 우리도 서로 돕자’ 이런 얘기들 서로 내방가사로 지어서 아직도 그 전문들이 전해지거든요. 주제 의식이 분명한 메시지를 세상에 던진다는 측면에서 힙합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힙합 작곡가분에게 한번 접목을 해보면 어떠냐고 했더니 흔쾌히 참여해 주셨어요.”

KBS안동 이동형 PD.
KBS안동 이동현 PD.

-구성을 보면 드라마 타이즈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요. 

“어르신들이 창작한 내방가사 내용이 짧은 드라마처럼 느껴졌습니다. 프로그램 기획할 때 회의하면서 ‘이번 프로그램에 드라마를 넣고 싶다. 이분들의 인생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우리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넣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좀 공감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작가님이 공감 해주셨고요. 드라마 내용은 심수영 작가님이 어르신들의 구술 증언을 재구성해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대본 받아보고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훌륭한 대본을 써주신 심수영 작가님께 또 감사 드리고 싶네요.”

-'김점자의 내방가사', '일제 치하 여인들의 민주망명가사', '안동 내방가사 보존회 이야기', '종부의 내방가사' 등을 각각 담으셨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각 편마다 주인공을 다르게 설정하고 싶었어요. 내방가사는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의 내방가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편마다 (다른) 주인공 설정해서 그분들이 쓴 내방가사에 담긴 이야기를 방송으로 조명하고 싶었어요. 

전쟁을 겪은 김정자 어르신은 우리 시대에 어머니상이라고 생각해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일제 여인들의 만주망명가사를 한 것은 사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 안동이에요. 힘든 일제 강점기 속에서 여성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남성들 못지않게 남성들 도와주면서 독립운동 지원했거든요. 그리고 보존회 이야기는 사실 내방가사가 가진 가치에 비해서 젊은 분들이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서 알리고 싶었습니다. 종부 두 분을 4부 주인공으로 한 건 안동이 유교의 고장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종갓집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 중 하나예요. 종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내방가사를 통해서 이분들이 가진 지혜나 가치 같은 걸 알리고 싶었어요.”

-취재 과정도 궁금합니다. 

“우선 내방가사 보존회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으로 초대하셔서 따라갔더니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옛날 두루마리까지 다 꺼내서 다 보여주셨어요. 그 중에서 옛 한글로 되어 있는 건 제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수작을 또 많이 찾아내 방송에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내방가사가 사실 수백 년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유산인데 그럴 이어가고 잘 보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요. 안동 내방가사 전승보존회라는 곳이 있고 이분들을 비롯해 뜻 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명맥이 유지는 되고 있는데 내방가사 향유자분들이 고령화가 많이 됐어요.  그리고 보존하는 활동들이 어디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앞으로 내방가사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분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에서 활동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고요.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역 목록에 등재가 됐어요. 무형 문화유산이 되는 내방가사도 언젠가는 보고 싶고요. 내방가사에 많은 분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 2014년 KBS 공채 41기로 입사한 이동현 PD는 KBS 1라디오 <아침의 광장>, <즐거운 라디오>,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TV 다큐멘터리 특별기획 <이내말삼 드러보소>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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