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의 2024년이 순탄치만 않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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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의 엔터4]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EG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과 신뢰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EG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과 신뢰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원성윤 스포츠서울 기자] "SM엔터 인수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경영상 위기 타개나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큰 틀의 사업성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다." (2023년12월12일, 카카오엔터 측 변호인)

연말이다. 올해를 결산하며 엔터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빼놓고 갈 수 없다. 성과로 들떠야할 연말에 이런 씁쓸한 뒷맛이라니.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배 대표는 카카오그룹 전체 투자를 총괄한 핵심 인물로 2016년 음원 플랫폼 멜론을 인수하며 주목을 받았고, SM엔터 인수 국면에서 사우디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 ‘빅딜’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사법 당국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2400억여 원을 투입해 SM 주식 가격을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12만원)보다 높였다는 것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판단이다.

카카오는 최근 144개나 되는 계열사들의 문어발식 확장과 배임 논란 등이 불거지자 창업주인 김범수 의장이 직접 경영쇄신위원장 직함을 맡았다. 여기에 18일 카카오의 준법·윤리 경영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가 18일 첫 공식 회의를 가졌다. 김소영 준신위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갈등을 끊어내고 준법과 신뢰의 가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임직원, 노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만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뉴시스
지난 10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뉴시스

준법 프로그램이 발동을 시작했다는 건 카카오의 내부의 불법과 탈법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의미와도 같다. 내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신설 기구를 통해 각종 회계 처리와 주식 시장 대량 거래, 합병·분할·인수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총 6개 계열사가 들어가는데 그 중 하나가 카카오엔터다. 이번 SM엔터 인수 재판 과정에서 배 대표 외에 언론에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배우 윤정희의 남편이자 SM엔터 인수에 관여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다. 

윤정희는 자신이 2017년 1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당시 카카오M)에 200억원에 파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적정 가격 인수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K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 부문장이 아내가 투자한 바람픽쳐스에 매각 차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바람픽쳐스는 2018년부터 영업손실을 보기 시작해 카카오가 인수한 시점인 2020년에는 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인수후 200억 원을 들여 증자까지 단행했다. 총 40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노조에서도 "카카오엔터 경영 문제를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위원장은 지난 8일 피케팅 시위에서 “카카오엔터가 경영 위기를 맞아 지난 6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면서 “카카오엔터가 사들인 회사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곳들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통해 인수됐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SM엔터 인수까지 이어진다.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였던 윤정희(6만7751주, 약 50억원)는 SM 이사인 보아, 강타보다 월등하게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카카오가 SM 인수를 두고 경쟁하던 하이브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카카오의 특수관계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그레이고를 동원해 SM 지분(2.9%)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조종 사실이 없다”는 게 카카오 측 입장이지만, 이로 인해 SM의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를 크게 웃돌았고, 결국 하이브는 백기를 들고 SM 인수를 포기했다. 금감원은 이를 카카오와 공모한 시세조종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얽히고설키는 복마전이 1년 내내 계속되면서 카카오엔터는 SM엔터를 인수해놓고도 1년 내내 이렇다 할 사업을 하지 못했다. 투자 지분만 확보해놓고 카카오는 카카오대로, SM은 SM대로 각자 길을 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김범수 위원장은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경영진들의 배임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직원들의 책임으로 전가됐고, 올해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스타십엔터테인먼트, IST, 안테나뮤직 등 계열사들의 성과도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사법 당국과 카카오 내부 감시 기구인 ‘준신위’가 2024년 카카오엔터의 민낯을 드러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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