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꼈으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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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지구 위 블랙박스’ 연출한 구민정 PD

KBS '지구 위 블랙박스'
KBS '지구 위 블랙박스'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4회 이달의 PD상 TV 예능 부분에 KBS 공영방송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가 선정되었다. SF 드라마와 다큐, 음악을 잘 버무린 <지구위 블랙박스>는 먼 훗날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에 살 수 없게 되자 방공호에서 지구 환경을 체크하는 기록자가 2023년 뮤지션들이 만든 다큐를 보며 회상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구 위 블랙박스>를 연출한 구민정 PD는 “기후 위기를 시청자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연출자로서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제작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구 PD를 만났다. 다음은 구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많은 분들이 공들여 오랜 시간 작업한 프로그램인데요. 참여한 분들이 인정받고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PD연합회에서 가장 먼저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특히 PD 눈으로 직접 뽑아서 주신 상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제작진과 출연진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 변화를 시청자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다큐성 프로그램에 음악적인 퍼포먼스, SF 드라마 형식을 가미해서 재밌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제작했습니다.”

-어떻게 드라마와 음악, 다큐를 한 프로그램에 녹일 생각을 했나요?

“기후 위기는 심각한 문제인데, 관심 있는 사람들만 관심을 갖잖아요. 그래서 장벽을 낮춰야겠다고 생각했고 제가 예능PD라서 쉽고 재밌게 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에 관련된 이슈에 음악적인 퍼포먼스를 가미해야겠다고 시작했어요. 기후 변화로 이미 파괴돼 버린 미래 지구의 상황을 설정해 살아남은 사람이 그래도 뭔가 바꿀 수 있었던 2023년을 돌아보는 형식이라면 현실적, 감정적으로 더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에 드라마까지 가미하게 됐습니다.”

-색다른 시도라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려웠어요.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사실 없었잖아요. 표본이 없으니까 촬영하면서도 계속 어떤 톤앤매너로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스태프도 예능과 시사교양, 드라마를 했던 인력이 모두 모이니까 융화되는 데도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장르를 크로스오버하는 게 쉽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SF 소설작가인 천선란 작가, 영화에 주로 참여한 스태프 등 제작진의 면면이 화려하더라고요. 

“예능 분야에서 같이 작업을 안 했던 스태프라서 직접 쪽지를 남겨서 섭외하기도 했거든요. 사실 다 설득하는 작업이었는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걸 재미있게 생각하시는 분들과 이 프로젝트가 왜 중요하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신 분들이 참여해 주신 것 같아요.”

-4부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수와 스태프 인터뷰, 제작 뒷이야기로 채웠어요. 

“사실 4부는 원래 콘서트였어요. 그 출연자들을 다 모아서 ‘라이브 에이드’ 같은 콘서트를 하려고 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4부를 뭐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인터뷰하고 있는 구민정 KBS PD.
인터뷰하고 있는 구민정 KBS PD.

-대한민국 대표 아티스트 최정훈, YB, 김윤아, 모니카, 립제이, 르세라핌, 정재형, 대니 구, 호시와 연기파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 고경표가 출연했잖아요. 섭외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만나서 직접 설득을 많이 했어요. 소속사에서 스케줄 관리를 하는 아이돌 외에 YB, 최정훈, 김윤아 님과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 님들 다 직접 만나서 기획안을 보여드리면서 설득을 했죠.”

-기후 위기에 처한 남극을 비롯해 동해, 태국, 제주, 스페인, 서울을 방문했어요. 어떤 기준으로 지역을 선정했는지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고민했을 때 남극과 우리나라의 동해가 떠올랐어요. 기후 위기의 단면은 아무래도 해외가 심각해요. 기후 변화가 실제 우리 이야기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회차별로 해외와 국내 지역 하나씩 연결한 것이고요.”

-YB가 ‘흰수염 고래’란 노래 부를 때 물이 차오르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을 퍼포먼스적으로 어떻게 풀어낼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치를 생각하다 물이 차오르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정재형 씨와 데니 구 씨가 태국의 강 한가운데에서 연주하는 장면도 촬영이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하는 퍼포먼스였는데 아무래도 피아노를 실은 배가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게 제일 중요했죠. 배를 구하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배를 구하다가 직접 제작하기로 했는데, 사극에서 배를 제작하시는 미술감독님을 저희가 섭외해서 태국에 직접 모시고 갔어요. 그분이 촬영하기 거의 한 달 정도 전에 먼저 들어가셔서 그 배를 직접 현지인분들과 같이 제작해 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다른 에피소드 있을까요?

“남극은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거의 9일 만에 들어가기도 하고 스페인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수몰됐다가 가뭄으로 드러난 고스트 빌리지 카스트 로케이션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며칠 동안 폭우가 막 쏟아져 내려서 그대로 잠겨버린 거죠. 그래서 스페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겨우 다시 대안 장소를 찾은 거예요. 차를 보니까 5000km 정도 탔더라고요.”

-연출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안 해봤던 것들을 하니까 많이 힘들긴 했거든요. 그런데 앞으로 PD 생활할 때 자양분이 될 것 같고 돌이켜보면 되게 행복했어요. 이 작품 끝내고 스태프, 출연자들도 이 프로젝트가 남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를테면 모니카는 제작 발표회를 할 때 ‘예술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참여하신 분들이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는 데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서 연출자로서 제일 뿌듯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 2015년 KBS에 입사한 구민정 PD는 <1박 2일>,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조연출로 참여했고, <오늘부터 무해하게>, <지구위 블랙박스>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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