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런던 2023'를 통해 본 유럽 콘텐츠 트렌드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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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현 리얼리티쇼 인기...FAST 성장세 등 글로벌 트렌드 한눈에

ⓒCONTENT LONDON 2023

[PD저널=엄재희 기자] 전세계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콘텐츠 런던 2023'이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2015년에 처음 개최된 '콘텐츠 런던 '은 콘텐츠 산업의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대표적인 콘텐츠 업계 교류 행사다. 한국PD연합회 소속 PD 10명도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참가했다.

'콘텐츠 런던 2023'에 참가한 PD들은 지난 19일 YTN 뉴스스퀘어 2층 카페에서 세미나를 열고 세계 콘텐츠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하고 온 경험을 공유했다. 올해는 '오겜 더 챌린지' 등 드라마와 영화를 재현한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끌었고, 베컴과 마이클조던을 다룬 스포츠 셀럽 다큐도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선 생소한 FAST는 세계 콘텐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10명의 PD가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과 '콘텐츠 런던 참가 보고서'를 토대로 영국 등 세계 콘텐츠 트렌드를 살펴봤다.

한국PD연합회가 19일 YTN 뉴스퀘어 2층 카페에서 개최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최신 경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PD저널
한국PD연합회가 19일 YTN 뉴스퀘어 2층 카페에서 개최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최신 경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PD저널

1)드라마를 그대로 재현한 리얼리티쇼 : 2023 유럽 포맷 트렌드

콘텐츠 포맷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윤화 MBC PD는 "올해 '콘텐트 런던'의 화두는 실사화 버전의 예능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와 리부팅 프로그램, 그리고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베컴>"이라고 말했다. 

원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모티브로 실제 상금 약 60억 6천만원(456만달러)를 두고 456인이 실제 서바이벌 게임을 한 리얼리티쇼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는 올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다. 영화 <007시리즈>의 미션을 재현한 아마존 프라임의 <007 : 로드 투어 밀리언>(Road to a Million), 1994년 제작된 영화 <폴 몬티> 컨셉을 가져온 리얼리티쇼 <더 올 뉴 몬티 : 후 베리어스 윈> 등 '영화와 드라마 브랜드'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최신 포맷의 중심에 섰다.

이 PD는 "영화나 드라마를 각본이 없는 리얼리티 예능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전 세계인에게 친숙한 IP로 낯설지 않게 다가간다는 유리함을 가져가면서, 동시에 큰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 일"이라며 "시대에서 익숙한 IP로 시청자의 눈에 띌 기회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기획개발 시 고려해 볼 만한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 더 챌린지'

올드한 게임쇼 포맷에 새로운 기획을 입히는 '리부팅 프로그램'도 주요 포맷이다. 1964년에 시작된 퀴즈쇼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는 영국 버전 리부팅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했고, <빅 브라더>(Big Brothers)와 <후스 원 투 비어 밀리어네어>(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역시 리부팅되는 클래식 쇼다. 이 PD는 "리부팅 프로그램의 성공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단순화"라며 "오리지널 버전 자체가 갖는 매력이 대단하므로, 이것을 바꾸기보다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세계적 축구 선수 베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베컴> 등 셀럽 리얼리티도 흥행을 거뒀다. 이 PD는 "세계적인 스타를 다루는 것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어서, 디렉터는 1년 전부터 베컴과 이야기 나누며 관계를 쌓아갔다"며 "또한 베컴 본인이 방영 전까지 편집본을 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 범죄물, 게임쇼 콘텐츠 인기 : 유럽 신규 콘텐츠 전략

KBC광주방송 박수현 PD는 2023년 유럽권의 대표적인 콘텐츠 제작방송사의 신규 콘텐츠 소개와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영국의 대표적인 제작사 '위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UK'는 최근 초자연적 소재와 범죄, 요리를 주제로 인기 있는 시리즈물의 연속성과 이를 활용한 스핀오프 제작을 활발히 하고있다. 초자연적인 전문가 팀이 영국을 여행하며 일반인들의 집에서 초자연적 활동을 조사하는 <헬프 마이 하우스 이스 헌티드>(Help! My House is Haunted), 중고차를 구매해서 수리 및 튜닝을 한 후 판매하는 리얼리티쇼 <휠러 딜러스>(Wheeler Dealers), 미슐랭 스타 셰프가 메인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일요일 점심 레시피를 보여주는 요리 프로그램 <톰 커리지의 선데이 런치>(Tom Kerridge's Sunday Lunch) 등이 있다.

영국 최대 상업방송사 ITV PLC가 소유한 다국적 제작사인 '아이티비 스튜디오'(ITV Studios)는 전 세계 148개 버전으로 제작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2005년 시작한 영국 최대 연애 리얼리티쇼 <러브 아일랜드>(Love lsland)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성'에 초점을 둔 작품도 만들었는데, 청각 장애인 엄마를 모시며 살아가는 급식 노동자가 경찰의 범죄갱단 수사에 협조하면서 발생되는 이야기를 다룬  <코드 오브 사일런스>(Code of Silence), 다운증후군을 앓는 한 부부의 삶에 대한 드라마 <렐프와 케이티>(Ralph&Katie) 등이 꼽힌다.

ITV의 'The voice uk'
ITV의 'The Voice uk'

박 PD는 "강연자들은 글로벌적으로 반응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만드는 게 아니라, 지역시장과 현지인들에게 먼저 반응이 있어야 확장성이 있다고 말했다"며 "또한, 사회적 소수집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콘텐츠화 시키는데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짚었다.

BBC 그룹의 상업적 자회사인 '비비씨 스튜디오'(BBC Studios)는 게임쇼, 퀴즈쇼 포맷을 중심으로 범죄, 초자연적 소재 드라마 등을 제작하고 있다. IQ 테스트를 스타일화한 우승 상금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6000만원)의 게임쇼 <1% 클럽>, 영국 TV 베이킹 대회로 아마추어 제빵사 그룹이 서로 경쟁하는 프로그램 <더 그레이트 오스트레이언 베이크 오프>(The Great Australian Bake off), 유명인사들이 무도와 라틴댄스로 경쟁하기 위해 전문 댄서들과 파트너가 되는 영국 댄스 콘텐스트 쇼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를 만들고 있다. 영국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 <플래닛 어스>(Planet Earth)는 시즌3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박 PD는 "많은 유럽의 콘텐츠를 보면서 일반인들의 참여와 그들이 주체가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느꼈다"며 "한국의 대표적 예능, 드라마는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실적인 차이를 어떻게 콘텐츠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3) '콘텐츠 런던' 화제의 중심에 선 FAST : FAST 시장 전망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FAST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선 활발히 서비스되고 있다. 'Free Advertising Streaming TV'의 약자인 FAST는 24시간 편성된 방송 채널이다. 기존의 OTT가 보고 싶을 때 특정 콘텐츠를 골라 시청한다면, FAST는 이미 편성된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었다. 특히, 별도의 가입비 없이 광고를 시청하면 된다는 경쟁력을 얻었다.

이번 '콘텐츠 런던'에서 FAST가 단연 화두였다고 강조한 전민경 MBC PLUS PD는 "FAST는 24시간 특정 장르,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방영하는 채널이 존재하고 시청자는 선택을 고민할 필요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의 채널을 틀면 된다"며 "OTT가 다양성이라는 바다에서 어떤 섬(콘텐츠)을 방문할지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준다면, FAST는 그 바다 위를 운행하는 수많은 노선을 제시하고 시청자는 어떤 노선을 탈지만 정하면 되는 간편함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TV의 TV Plus (FAST채널)
삼성전자 스마트TV의 TV Plus (FAST채널)

전 PD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에서 볼거리는 많은데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와 요즘 트렌드를 공부하고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보는지 궁금할 때 큐레이션된 FAST 채널을 시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콘텐츠 런던에서 발제를 맡은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의 수식 디렉터인 리처드 브로우튼은 "구독형 OTT의 수익성장률은 2023년 15.8%에서 8.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VOD와 FAST 광고 시장은 같은 기간 15.8%에서 20.5%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방송사, 제작사 등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들도 FAST 설립에 뛰어들게 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과 LG 등이 판매하는 TV에 FAST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다. 전 PD는 "영국 콘텐츠 컨설팅 회사의 잭 데이비슨 부회장은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에서 생긴 FAST 채널의 22%가 엠쥐엠, 워너 같은 대형 제작사의 소유임을 언급하며, 프리미어 방영, 2차 방영을 넘어선 3차 방영의 성장이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주요 분야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4) 스포츠 다큐의 전성기 : 영국 다큐멘터리 트렌드

영미권 다큐멘터리 트렌드를 주제로 맡은 안효은 KBS대구 PD는 스포츠와 인물 중심, 실제 범죄, 자연사 다큐멘터리 4개 주제를 키워드로 꼽았다. 

특히, 올해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풍성한 해였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소유한 영국의 구단 렉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Welcome to Wrexham), 미식축구 대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라스트 찬스 유>(LAST CHANCE U), 97년 미국 농구 시카고 볼스에 초점을 맞춰 마이클 조던 선수를 돌아본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 더 라스트 댄스> 등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안 PD는 "'콘텐츠 런던' 패널들은 ‘스포츠에서는 항상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영웅과 악역이 있고 여기에 시각적인 요소가 있다’며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TV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장르 중 하나로서 앞으로도 트렌드로서 지속 가능하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는 콘텐츠는 플랫폼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성공적인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안 PD는 "베일리 사리안이라는 여성이 메이크업을 하는 동안 범죄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구독자 717만명을 확보한 유튜브 채널은 범죄 이야기와 메이크업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조합으로 실제 범죄 장르에 새롭게 접근하여 성공한 사례였다"고 전했다.

남북아메리카 자연의 경이로움과 미스터리를 탐험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야생의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NBC <더 아메리카>(The Americas) 등 자연사 다큐멘터리, 축구 선수 베컴의 일대기를 담은 넷플릭스 <베컴> 등 인물 중심 다큐멘터리도 최신 트렌드 장르였다.

안 PD는 "제작자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어떻게 익숙한 것에 새로움을 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느꼈다"며 "기존에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 이미 알고 있는 인물에게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기법 등을 활용하여 신선함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이들이 언급한 사례들은 이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얻은 콘텐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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