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사장 2024년 신년사 키워드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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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 막겠다' 각오 MBC·YTN
'수신료 분리징수 2월 시행' 예고 KBS
스튜디오 체제 속 협업 강조 SBS
'지식 콘텐츠 허브 구축' 활로 모색한 EBS

지상파 방송 3사 ⓒPD저널
지상파 방송 3사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방송사 사장들이 내놓은 신년사는 그 어느 해보다 비장한 어조였다. 지난해 '방송장악' 논란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친 것을 의식한 듯 '외풍' '외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정치권의 공격을 받은 방송사의 사장들은 외압에 움츠리지 말고 방송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각 방송사가 직면한 현안은 물론, 광고 매출 하락과 정부의 공적 재원 축소 등으로 지난해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적자를 기록하며 긴박한 위기에 직면했다. 방송산업 전체가 침체기로 접어들며 빨간불이 켜지는 가운데, 각 방송사 사장들은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혁신'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형준 MBC 사장,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MBC 만들어야"

안형준 MBC 사장
안형준 MBC 사장 ⓒMBC

지난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과 복귀 등으로 '방송장악' 논란의 중심에 선 MBC의 안형준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외부의 공격을 반드시 이겨내겠다"며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MBC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옳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다수 시청자들의 바람과 일치한다면, 외풍에 굴하지 않고 맞서나가는 것이 공영방송 직원의 용기고 의무"라며 "그것이 바로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바른길'인 동시에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MBC를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는 정치권을 향해 "MBC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의 손에 쥐어진 권한이 아니다"며 "자의적인 잣대로 MBC를 ‘편향적’이라고 낙인찍는 대신, 국민의 보편적 의식과 동떨어진 자신들의 ‘편파성’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사장은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포부도 밝혔다. 'MBC 콘텐츠의 힘에 비해 국내 시장은 너무도 좁다'고 한 안 사장은 "중동의 미디어 아트 뮤지엄, 공동제작센터 추진, 해외의 K타운 사업 등도 한 걸음 한 걸음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며 "단발적인 공연과 콘텐츠 판매를 넘어, 맞춤형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진기지를 만드는 전략은 새해에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 박민 KBS 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2월 시행...<뉴스9> 성과는 뚜렷"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취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 KBS 사장 ⓒKBS

KBS는 지난해 TV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개정과 임기를 1년여 남긴 김의철 전 사장의 해임으로 역시 '방송장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해는 수신료 수입의 감소로 풍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 KBS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자본 잠식 위기를 거론하며 내부 단합을 주문했다. 박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로 3000억원대 누적 적자가 예상된다"며 "방만 경영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은 우리 모두에게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사분오열돼있고 집행부와 직원들 간의 신뢰는 미약하다"고 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2년 내 자본 잠식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과 조직과 직종 이기주의가 견고하다"고 비판했다.

박 사장은 "재정 파탄을 예고했던 수신료 분리징수, 2TV 재허가, 국고보조금 삭감 등의 3대 악재 중 국고보조금 삭감은 해소됐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2월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2TV 재허가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장 교체 후 정권 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비판받는 <뉴스9>에 대해서는 "KBS 뉴스를 떠났던 시청자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하향 추세를 멈출 줄 몰랐던 9시 뉴스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성과가 뚜렷하다. KBS 뉴스의 하루 평균 조회 수는 1,000만회를 상회한다"고 자평했다.

□ SBS 방문신 사장, "스튜디오 체제 구축...One SBS Spirit 강조"

방문신 SBS 사장
방문신 SBS 사장 ⓒSBS

지난해 SBS는 예능본부를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으로 떼어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SBS 드라마 스튜디오인 스튜디와S와 SBS의 방송콘텐츠 제작유통투자 자회사인 콘텐츠 허브의 합병을 예고하는 등 '스튜디오 체제'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방문신 SBS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드라마, 예능디지털콘텐츠 전문 플랫폼 모두 스튜디오 체제로 분사되면서 SBS 미디어그룹이라는 통합적 관점이 더 중요해졌다"며 "SBS라는 모함(母艦)과 자회사 편대와의 협업 패러다임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One SBS Spirit’를 더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방 사장은 협업과 실용을 강조하며 경영 개선 의지도 밝혔다. 방 사장은 "올해 신년사 핵심 키워드는 협업과 실용이다. 협업은 ‘나 혼자, 나 잘난’을 뛰어넘자는 것이고, 실용은 ‘허세와 겉멋’을 버리자는 뜻”이라며 "이에 맞춰 올 한해 회사의 경영계획도 외연 확대보다는 ‘내실 정비’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지향점은 ‘TV를 넘자, 지상파를 넘자, 대한민국을 넘자’에 걸맞은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서 '재미있는 콘텐츠, 공감하는 콘텐츠 제작', '콘텐츠 제값 받기와 비즈니스 마인드', 조직문화 차원에서 '부서별 업무의 우선순위' '현장중심주의' 등의 키워드를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 우장균 YTN 사장, "방통위 2인체제 우려한 법원 판단에 주목해야"

우장균 YTN 사장
우장균 YTN 사장 ⓒYTN

YTN의 올해 괸심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다. 지난해 10월 민간기업인 유진그룹은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방통위의 최대주주주 변경 심사는 해를 넘겨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장균 YTN 사장은 "YTN이 한국을 대표하는 뉴스 채널로 자리매김하게 된 바탕은 공적 소유구조에서 비롯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보도의 자율성’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지배구조 변경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형식적으로만 합법의 모습을 갖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 사장은 "방통위원 정원 5명 가운데 단 2명이 심의한 처분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달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최근의 법원 판단에도 주목한다"며 현 방통위의 구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치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만일 누군가 우리 보도에 대해 부당하게 트집을 잡는다면 저는 사장으로서 취임 때 밝혔던 다짐대로 외압을 막는 방패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스스로도 공정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검증 보도에 충실하면서도 편파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선 기자부터 데스크 간부까지 모두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5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경영 상황에 대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방송시장 축소와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고, 정부의 언론사 지원 예산 삭감으로 70억여 원의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다"며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히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024년 정부 예산에서 YTN사이언스에 지급하던 4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삭감된 바 있다.

□ 김유열 EBS 사장, "지식 콘텐츠 허브 구축으로 위기 돌파"

김유열 EBS 사장
김유열 EBS 사장 ⓒEBS

경영 악화로 지난해 말 노동조합의 투표에서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김유열 EBS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1년여 남은 잔여 임기 수행 의지를 피력하며 내부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냈다. 50억원의 적자를 내 노동조합이 집중적으로 비판한 '그레이트 마인즈' 플랫폼에 대해 김 사장은 "원래 수익 사업 차원에서만 시작된 것은 아니었고, 가장 공익적인 콘텐츠로 EBS의 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세계적인 석학’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EBS의 몇 안 되는 콘텐츠라 생각해 욕심을 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 책임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외부 자원을 유치하고 공동사업형태로 전환"했다며 "실패를 교훈 삼되 포기하지 않고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도전은 시도되고 또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 사업으로 꼽힌 방송단행본사업도 철수하고 대행 출판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식 콘텐츠 허브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EBS는 여느 방송과 다르게 오래전부터 방송 플랫폼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인쇄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디지털 교육 서비스와 수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 인력, 리소스를 전환하고 EBS만의 독특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여 실시하면 디지털 대전환기에 EBS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노사 갈등도 김 사장이 떠안은 숙제다. 김 사장은 "1월 3일 임단협 7차 실무소위원회가 재개되는데, 상생의 정신과 진정성을 갖고 소기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여 자립경영의 기반이 다져진다면 2024년은 EBS가 새롭게 미래로 나갈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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