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방통위원이 바라본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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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땅에 떨어진 방심위, 신고자 색출 몰두
감사원·국민권익위 진상규명 나서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25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길을 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최근 제기된 위원장의 ‘민원 신청 사주 의혹’은 개인정보 유출 범죄가 본질이라며 “<뉴스타파> 허위조작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해 중징계를 받거나 원인을 제공한 언론사 기자들이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기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민원인들이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이라고 말했다. 본말을 전도하는 적반하장식의 주장이다. 

먼저, 청부민원 의혹은 매우 구체적이다. 복수의 매체가 보도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서에 따르면, 신고자는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한 전체 민원 160여 건 가운데 류 위원장의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와 지인들이 제기한 민원은 50여 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동생 및 아들 등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 3명이 10건, 친인척 및 이전 직장 관련자 10명이 4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원 내용이 사적이해관계에 있다고 추정되는 자들과 유사한 민원도 10여명이 40여건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청부민원 시점도 의심받기 충분하다. 2023년 9월 4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엄중 조치' 발언 이후 사흘간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10건의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 속에 내려진 청부민원 결과는 치명적이다. 방심위는 이들 민원을 토대로 신속심의를 결정했고, 지난 11월 13일 KBS, MBC, JTBC, YTN 4개 방송사에 총 1억 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중징계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매년 심사하는 각 방송사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방심위
ⓒ방심위

‘청부민원’ 의혹은 방심위의 공정성과 독립성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방심위의 ‘청부심의’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부민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방심위의 심의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도 재검토해야 한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방송사들은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공명정대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은 큰 손실이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 〈뉴스타파〉를 치기 위해 일련의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기자는 물론 뉴스타파 대표까지 압수수색에 나서 외신에서조차 한국 언론 탄압은 수시로 기사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청부민원’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방심위의 내부 감사가 아닌 외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방심위는 의혹의 당사자인 만큼, 내부 감사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권력의 또 다른 하수인 이라는 비판을 받던 감사원은 지금 어디에 있나. 감사원과 국민권익위가 지금 할 일은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 다수가 대규모 민원을 제기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방심위에서 발생한 청부민원에 따른 방송사 중징계 사건은 이대로 묻힐 수 없다.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은 신고자 색출이 아니라 의혹 장본인인 위원장 사퇴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 심의기구가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 의혹만으로 이미 수장의 권위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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