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40대 여주인공의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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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마에스트라'·'내 남편과 결혼해줘'·TV조선 '나의 해피엔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주목

tvN '마에스트로', TV조선 '나의 해피엔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여주인공들.
tvN '마에스트라', TV조선 '나의 해피엔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여주인공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는 어디까지 뻗어 나갈까. 그동안 대중문화에서 그려진 여성 캐릭터는 보조자 역할에 그치거나 주인공이라고 해도 남성의 대립항에 그칠 때가 많다는 지적을 안고서 차츰 진화해왔다. 요즘엔 현대극부터 사극 모두 희생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유리천장을 뚫거나 시대적 한계를 타개하려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남성과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명성과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삶의 소용돌이는 여전히 계속된다. 과연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관해 되묻는다.

tvN <마에스트라>의 차세음(이영애)은 전 세계 단 5%에 불과한 여성 지휘자다. 차세음은 ‘금녀의 공간’이었던 포디움(지휘대)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최고 오케스트라에서 오는 러브콜을 마다하고, 늘 해체 직전의 오케스트라에 가서 기적을 만드는 인물이다. 그의 헌신에도 온갖 시련이 밀려든다. 남편의 불륜, 불륜녀의 임신, 헌팅턴병, 이혼과 협박, 단원의 마약 스캔들과 사망 사건 등에 줄줄이 이어진다.

그러나 차세음이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은 단 하나. 더 한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마약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자신의 연봉을 깎아서라도 오케스트라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불륜과 치정, 자극적 설정이 난무하지만, 차세음의 선택은 흔들림이 없다. 

tvN '마에스트라'
tvN '마에스트라'

TV조선 <나의 해피엔드>의 주인공 서재원(장나라)도 ‘완성형 여성 캐릭터’다.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가구 브랜드의 CEO이자, 단란한 가정을 꾸린 여성이다. 서재원은 어린 시절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어머니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몰렸다가 스스로 힘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고 굳게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순간, 재원을 괴롭혔던 스토커가 도발하면서 안온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40대 초반 여성이 인생의 절정을 누리는 가운데 인생의 물음표가 떠오른다. 계부의 의심쩍은 행적, 남편과 윤진의 불륜, 절친한 동료의 배신 등이 엮여있다. 과연 재원이 만든 울타리는 누구를 위한 울타리였는지가 볼거리다. 

한편 자신의 선택으로 ‘흑역사’로 점철된 인생을 뒤바꾸는 여성 캐릭터도 있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강지원(박민영)은 ‘남편 있는 착한 여자’로 살다가 청천벽력같은 일을 겪는다. 갑작스레 위암 판정을 받은 데다가 남편과 절친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까지 당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러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생 2회차를 살게 되면서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 자신보다 소중히 아꼈던 남편과 단 하나뿐인 친구가 더는 소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지원이 평범함에서 화려함으로 변신하는 ‘메이크오버’는 전형적인 장치이지만, 뒷전으로 미뤄둔 자신을 되찾는 분투가 주목된다. 

오는 12일 첫 방송을 앞둔 MBC '밤에 피는 꽃'
오는 12일 첫 방송을 앞둔 MBC '밤에 피는 꽃'

여성 캐릭터의 확장은 이미 사극에서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정절을 지켜야 하는 시대상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MBC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왕의 사랑을 거부한 궁녀가 등장했고, 최근 방영된 사극 MBC <연인>‧<열녀박씨 계약결혼뎐>과 방영 예정인 <밤에 피는 꽃> 등에서도 시대적 차별에 딛고 선 여성 캐릭터들이 나왔다. 이처럼 퓨전 사극에서는 장르적 상상력을 더해 시대적 현실을 재해석하고, 정통 사극에서는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주체성을 확보한다. 설사 여성 캐릭터가 시대적 한계에 맞서다 끝내 좌절할지라도 ‘행동’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드라마의 힘은 인물이 고난의 여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내는가에서 비롯된다. 여성 캐릭터에게 더 많은 힘과 지위가 실리는 동시에 여느 때보다 세찬 고난과 시대적 역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증명하는 것과 같다. 타인의 욕망을 대리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묻는 일인 만큼 오히려 여성 캐릭터의 세계는 한층 더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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