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치열했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큰 빚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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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MBC경남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연출한 정은희 PD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출연자를 인터뷰하고 있는 정은희 PD.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출연자를 인터뷰하고 있는 정은희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5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에 MBC 경남의 라디오 다큐인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이 선정되었다.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희귀 자료와 인터뷰로 수출자유지역의 여성 노동자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연출한 MBC경남의 정은희 PD는 “1980년대까지 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여성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다. 그분들의 치열했던 삶에 지금 여성 노동자들이 큰 빚을 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역할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작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정은희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PD와 나는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출 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은 어떤 다큐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1970~1980년대 마산 수출자유지역 여성 노동자들의 치열한 분투기입니다. 수출 산업 역군인 여성 노동자들을 여공이라고 낮게 부르기도 했었죠. 여공이라 불린 이들의 삶뿐만 아니라 공장과 지역사회, 또 우리나라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에게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수출자유지역이 1980년대 후반까지 전성기였거든요. 그때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3만여 명이 넘는 여성 노동자들이 일했어요. 당시에 마산시 인구가 30만 명 조금 넘었거든요. 즉 마산 시민 10명 중 1명이 수출자유지역에 다녔다는 얘기죠. 중학교 졸업하고 수출자유지역에 와서 일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여성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디오 다큐인데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서도 접할 수 있던데, 영상 작업을 별도로 한 이유는요.  

“이 다큐멘터리를 영상 세대인 젊은 친구들에게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여성 노동자의 삶과 시대상을 젊은 친구들이 알면 앞으로 직장생활이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에 보탬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라디오 존재를 유튜브 통해 알리는 생존 전략이기도 했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작년 12월에는 재편집해서 TV로도 송출했었어요.”

-10부작에 인터뷰이가 많아 취재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10부작이니까 총 라디오 방송 분량이 240분이었어요. 트렌디하게 회당 15분으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인터뷰 분량이 너무 많았어요. 노동자, 전문가 등 인터뷰이가 33명 정도 됐어요. 의미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시간을 늘렸죠.

섭외는 수출자유지역에 다녔던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록 <언니들에게 듣는다>을 보고 시작했고요. TV·라디오·SNS를 통해 증언을 기다린다고 올렸더니 전화 주신 분들도 많이 계셨거든요. 섭외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는데, 얼굴 공개를 원치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시 여공이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직장생활이 힘들었던 분들은 공개를 꺼리셨어요. 이런 경우 오디오로 녹음만 하고 거기에 걸맞은 자료와 영상을 찾아서 편집하는방식을 취했습니다.”

'수출 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영상 갈무리.
'수출 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영상 갈무리.

-내레이션이 없는 대신 상황에 맞는 노래를 적절히 활용하신 거 같던데 선곡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노래가 좋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라디오 다큐에서 내레이션을 뺀다는 건 사실 모험이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 증언에 무게를 두고 싶었어요. 출연자들의 증언에 당시에 많은 노동자들이 들었을 노래로 색깔을 입힌 거죠. 인터뷰이 중에 당시에 DJ로 활동하셨던 설효숙 씨라고 있는데요. 당시 수출자유지역 후문에 대호다방 DJ로 인기가 많으셨어요. 이분이 당시 손님들이 주신 신청곡 종이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서 이를 참고해 선곡 리스트를 짰습니다.”

-이 다큐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그분들의 치열했던 삶에 지금 여성 노동자들이 큰 빚을 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치열하게 싸워주셨기 때문에 저도 어느 정도 노동 조건이 개선된 환경에서 방송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했었거든요.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금 더 관심 있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다큐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했어요(웃음).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그분들이 살아오신 인생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이분들의 역사들와 현재의 삶을 계속 조명하고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개인적으론 아카이브 다큐의 매력을 한껏 느끼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1997년 마산 MBC에 입사한 정은희 PD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특집 다큐 <79년 마산>, 판소리 다큐 <신우해이어보>, <수출자유지역 ‘용감한 언니들의 기록’>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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