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자 독립운동 기록에 대한 절박함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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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YTN 라디오 다큐 '불온문서' 연출한 이은지 PD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YTN라디오의 이은지 PD.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YTN라디오의 이은지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5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은 YTN라디오 다큐멘터리 <불온문서>가 선정되었다. 한민족 이민 120주년 특집 다큐인 <불온문서>는 120년 전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이민자들의 독립운동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불온문서>를 연출한 YTN라디오의 이은지 PD는 “수상의 영광을 하와이에서 이름 없이 묻힌 7000여 명의 독립운동가들께 바친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불온문서>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9일 이은지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불온문서>가 어떤 다큐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1916년에 하와이에서 발간이 됐고 지금은 한국에 한 권 남아 있는 노래책에 얽힌 미스터리로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의 숨겨진 스토리를 찾아간 작품입니다. 숨은 이야기와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까 우리 독립운동사가 나오더라고요. 1부는 하와이에서 전해진 이 한 권의 노래책에 담긴 비밀이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이어진 2부에서는 노래책에 담긴 한 70여 곡 중에서 다섯 곡을 복원했어요. 뮤직비디오, 음원을 만다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1부 제목은 ‘돈립 알로하’, 2부는 ‘응답하라!1916’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당시 하와이·미주 한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독립자금 대는 거였거든요.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운동은 ‘돈립’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고요. 독립자금을 댔던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 ‘조국 독립아 어서와, 안녕’란 인사말로 표현한 거예요. ‘응답하라 1916’은 말 그대로인데 1916년에 발간된 책을 노래책을 현대에 와서 복원하는 거라서 ‘응답하라 1916’이었고, 내레이션을 맡은 라미란 배우에 맞춰서 정한 제목이기도 해요.”  

이은지 PD가 라미란 배우와 애국창가 서문을 보고 있는 모습.
이은지 PD가 라미란 배우와 애국창가 서문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지 PD 제공

-독립운동사에서 하와이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세요. 

“하와이는 중국, 일본과 달리 삶으로 악착같이 버텨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예요. 하와이의 선조들은 갑남을녀로 살아가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조국 독립에 기여하고 싶어했어요. 돈 낸 명단 이런 걸 보면 광복이 되는 그날까지 매달 후원을 한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하와이에서 만난 교민들을 보니까 한국에 사는 우리보다 더 한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더라고요.”

-하와이에서 만난 92세의 박화자 화백의 노래가 인상적입니다. 

“독립운동가의 집안 후손인데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세요. 제가 애국가 한 소절을 불렀는데, 이분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예요. 그리고 ‘이 노래 일본 선생님이 못 부르게 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신사 참배를 안 해서 일본 놈들이 너무 많이 때렸어요. 아버지가 죽을 뻔했어요’ 라고 아버지 얘길 해주시는 거예요. 2부 제일 처음에 박화자 화백이 부른 애국가를 넣었어요. 박화자 화백의 애국가를 통해 노래가 갖고 있는 기억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저장된 기억이 소환되는 거죠.”
 
-일제가 <애국창가>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독립군, 광복군들은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노래를 불렀거든요. 일제에 의해 나라 운명이 위태로울 때 민간에서는 애국가 지어 부르기 운동도 해요. <애국창가> 서문에는 ‘국가의 흥망성쇠는 국민의 정신에 있고 국민정신을 감발함에는 노래가 으뜸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어요. 항일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노래의 힘이 크다는 걸 일제도 알았겠죠. 취재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일제 고등 경찰의 비밀문서에도 나와 있더라고요.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하면서 ‘노래가 한민족들한테 엄청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를 규제해야 된다’라고 언급한 대목이 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 합창단 '리본'
독립운동가 후손 합창단 '리본'. 사진=이은지 PD 제공

-‘애국창가’ 복원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된 건가요?

“<애국창가>를 처음 봤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자신에 충격을 받았고요. 이걸 악보로만 남겨두는 것보다는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노래로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름 없이 하와이의 별이 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우리 기억 속에 부활시키고 싶었습니다. 편곡자가 <애국창가>를 보더니 ‘타임캡슐’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중에 한 곡은 독립운동가 후손들 30여 명이 모여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후손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벅차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고요. 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중에 선조들을 만났을 때 그래도 할 말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이번 경험 자체가 영광이었고, 지금 당장 기록하지 않으면 전부 다 사라지겠단 절박함이 많이 있었어요. 다큐를 접한 분들이 하와이를 가신다면, 무지개를 보고 ‘사진 신부’(신랑감의 사진만 보고 하와이로 이민간 여성)를 떠올려주셨으면 좋겠고 그곳의 바람 소리를 들으면 사탕수수 농장의 이민자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2년 YTN라디오에 입사한 이은지 PD는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이동형의 정면승부>, <시사안드로메다>, <권용주의 카좋다>, <안보라, 이현웅의 어서UP쑈>, <김윤경의 생생경제>, 등의 시사 프로그램과 <서간도의 별들 3500>. <해간도 연가>, <그들이 꿈꾸던 나라>, <그많던 동요는 어디갔을까>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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