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보도 친기업 편향성 여전..."기계적 균형"이라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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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관련 1년치 보도 분석한 결과 발표
'조선일보' 사용자 취재원 1.56명 인용 할때 노동자는 0.22명뿐
여야 정쟁 중심 보도로 반감 부추겨

지난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 담론 정치' 토론회@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보수·경제지가 노동 의제를 다룰 때 친기업 편향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언론도 사용자 입장보다는 노동자 중심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쪽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정책 중심으로 접근해야하며, 최소한 기계적 균형은 맞추자고 제언했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와 곽영신 연구원은 29일 열린 '한국 언론의 노동보도 실태와 노동 담론의 정치' 토론회에서 지난 2023년 1년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관련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은 8개 신문사(조선·중앙·동아·한국·한겨레·경향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 기사 185건과, 9개 방송사(KBS·MBC·SBS·YTN·연합뉴스TV·TV조선·채널A·JTBC·MBN) 보도 126건이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보수·경제지는 사용자 측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관련 기사의 취재원 유형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취재원으로 사용자는 1.56명 인용했지만, 노동자는 0.22명 인용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사용자의 입장은 1~2개씩 들어갔지만, 노동자 입장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매일경제>는 0.76명(사용자-0.06명(노동자), <한국경제>는 0.85명(사용자)-0.06명(노동자)으로 편차가 큰 편이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0.55명(노동자)-0.06명(사용자), 1.00명(노동자)-0.43명(사용자)으로 노동자 입장을 더 많이 반영했다. 방송은 대체적으로 노동자 입장이 더 자주 등장했다. KBS 0.50명(노동자)-0.23명(사용자), MBC 1.00명(노동자)-0.33명(사용자), JTBC 0.89명(노동자)-0.11명(사용자)이었다. 

안 교수는 "관점의 편향성과 관련된 것으로 '노동자 없는 노동 보도'의 문제가 있다"며 "노동 이슈는 그 당사자인 노동자의 입장과 관점을 전제한 뒤에 다루는 것이 마땅한데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략하는 관행이 번져있다"고 짚었다.

'노동 보도의 지형 : 노동조합법 개정 보도 분석을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 갈무리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평택 쌍용차 파업 후 노동자들이 47억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후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논의되었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 통과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장 뜨거운 노동 의제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여야 정쟁' 구도로 바라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사의 프레임을 '사용자 비판', '노동자 비판', '여야 경쟁', '법안정보', '노동현실'로 구분했을 때, <조선일보>는 '사용자 비판'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여야 정쟁' 기사는 44.44%를 차지했다. '사용자 비판'은 원청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당했으므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야 정쟁'은 정부여당과 야당이 벌이는 정치적 쟁투를 다룬 경우로 구분했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기사를 정치적 관점으로 다룬 것이다. '여야 정쟁' 비율은 <동아일보>가 62.5%로 가장 높았고, 방송에선 MBN 71.4%, SBS 70.0% 순이었다. 전체로 보면 8개 언론사는 37.8%, 9개 방송사는 57.1%가 정쟁 기사였다.

안 교수는 "이번 사안이 법 개정과 관련한 것이므로 국회 논의와 절차를 보도하는 것이 불가피했지만, 그 중심은 정당 간 대결이 아니라 내용에 두어야 했다"며 "이를 정쟁 중심으로 보도하면, 왜 대립했는지 알 수 없어 반감을 부추기게 되며 결국 냉소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야...진보 언론은 노동조합에 '아픈' 질문 할 수 있나
보수·경제지의 친기업적 성향은 이전부터 비판받은 문제인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나왔다. 

안 교수는 우선 '기계적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갈등 이슈를 다룰 때는 기계적 균형이 최소한의 기준 역할을 한다"며 "적어도 '반론 반영'의 원칙은 꼭 지켜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기자 입장에서 보면 기계적 균형은 소속된 언론사의 논조나 이념적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예컨대, 경제지 소속 기자가 노조 입장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을 거절당하면,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고 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 부실장은 보수·경제지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가 익명으로 묻지만 폭로를 하면 이것은 사실처럼 확정되어서 모든 언론사가 보도하고 쟁점이 다른 프레임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예컨대, 정규직 전환 문제를 다룰 때 노조의 채용비리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고용구조를 둘러싼 문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문제로 바꿔버린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향한 제언도 나왔다. 노란붕투법을 취재해 온 전혜원 시사인 기자는 "노란봉투법과 민법(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충돌하는 문제는 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드는 유의미한 비판이었는데, 이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진보언론의 역할이었어야 한다"며 "결국, 진보언론은 노동조합에 아픈 질문을 할 수 있는가', '보수언론은 사용자에게 아픈 질문을 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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