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업계 일자리 빼앗는 AI, 살아남는 직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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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터 종사자들 "2026년 일자리 21.4% 사라질 것" 전망

영화 제작에 활용되는 AI 기술.
영화 제작에 활용되는 AI 기술.

[PD저널=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생성 AI는 주어진 질문에  따라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낸다. 콘셉트만 제공하면 (퀄리티 여부와 관계없이) 콘텐츠가 나온다. 이런 능력은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창작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용이 줄어들고 작업 효율이 높아지는 장정도 있지만 악영향도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일자리’ 축소다.  절망스러운 사실은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노조 등이 지난해 11월~12월 엔터테인먼트 업계 리더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4분의 3(72%)이 AI툴이 회사에서 이미 일자리를 없애거나 줄이고 또는 통합에 영향을 주고 있다.(▷보고서 내려 받기) AI로 인해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일자리는 사운드 엔지니어, 성우, 컨셉트 아티스트 등과 함께  저연차 직원들이었다. 또 시각 효과 및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도 AI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텍스트, 오디오, 초현실 이미지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챗봇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상세 데이터도 제공한다. AI 사용과 규제는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파업 당시 매우 중요한 쟁점이었다. 애니메이션 조합(The Animation Guild)도 AI사용과 관련한 일자리 보호를  원하고 있다. 스튜디오 역시 협상에서 AI 사용 권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메이션 노조 노조원 샘 텅은 할리우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는 오는 7월 만료되는 스튜디오와의 단체 협상에 이 보고서를 주요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며 “WGA가 싸웠고 이겼던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생성 AI의 확산으로 엔터테인먼트 일자리가 20만 3,800개가 없어질 것(Disrupted)으로 예상된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니콜 헨드릭스는 “우리는 (AI로 인해) 실제 일자리가 통합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미 많은 일자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1월 전 드림웍스 설립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블룸버그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AI가 애니메이션 관련 직업의 90%를 대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영화, TV, 애니메이션 산업 기업 중 3분의 2(68.7%)가 이미 생성AI를 쓰고 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2026년에 영화, TV, 애니메이션 분야 일자리의 21.4%, 11만 8,5000만 개가 AI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앲앨 주요 작업으로는 영화, TV 또는 게임을 위한 실제 사운드 디자인 제작, 3D 에셋 개발, 실제 사운드의 외국어 더빙 제작이 꼽혔다.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적은 작업으로는 영화, TV 또는 게임 대본 작성과 음악 공연 등을 지목했다. 

AI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미치는 영향.
AI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미치는 영향.

작업 현장에서 AI가 창작자들을 밀어내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콘셉트 아티스트는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콘셉트 아티스트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캐릭터, 아이템 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영역의 시각적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AI의 능력과 정확히 겹친다. 

미국 아트 디렉터인  카메론 스콧 데이비스는 보고서 인터뷰에서  “LA에 본사를 둔 한 광고 회사가 몇 분 만에 수백 개의 콘셉트와 일러스트를 반복해서 제작할 수 있는 AI 도구를 도입한 후 갑자기 자신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 스튜디오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 그 회사에는 콘셉트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었다”며 “그들은 AI이미지 생성기 미드저니(Mid Journey)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각 효과 작업은 AI툴에 가장 취약하다. 조사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AI를 쓰고 있는 사람 80%가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 이펙트 작업은 대표적인 제작 후 공정이다. 대표적으로 플로우리스(Flawless)의 트루싱크(TrueSnyc)는 시각 효과 작업 없이 AI가 연기자의 입술 움직임을 조작해 다양한 언어로 더빙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도구의 확산이 "다국어 성우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제작 단계에서도 일자리 대체가 일어날 수 있다. 배우의 젊은 시절을 묘사할 때 과거에는 헤어나 분장 메이크업 혹은 젊은 배우로 커버했지만 이제는 AI를 적용한  ‘디 에이지 액터‘(de-age actors)가 이를 대신한다. <인디애나존스> 신작에서 해리슨 포드,  <히어>(Here)에서 톰 행크스 배역에 디에이지 기술을 적용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쓰이고 있는 AI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쓰이고 있는 AI툴.

그렇다면 AI 시대, 창작자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일자리를 보호 받을 수 있을까? 보고서는 ‘AI과 함께하는 창의력이 답’이라고 지적했다. AI가 만든 자료들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AI를 이용해 인간이 만드는 작품은 저작권이 보호되고 있다. 최근 저작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콘셉트 디자이너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AI 시대에도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AI 시대에 크리에이티브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AI는 좋은 결과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평범한 결과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 게임 스튜디오의 선임 콘셉트 아티스트는 보고서 인터뷰에서 “회사가 AI 툴을 사용해 생성한 캐릭터 디자인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다”며 “나중에 어떤 키워드를 사용했는지 봤더니 멋지다', '사실적이다'와 같은 일반적인 형용사와 함께 기존의 유명 IP에 대한 언급이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AI는 창작 작업에서 조수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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