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사상검증구역', 상금보다 선택에 관심 모이는 서바이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념 서바이벌’로 차별화한 ‘더 커뮤니티’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스틸컷.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스틸컷.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웨이브 오리지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의 종착지는 ‘우승상금’일까. 지난달 26일 공개된 <더 커뮤니티>의 큰 줄기는 여느 서바이벌 예능과 비슷하다. 12명의 출연자, 제한된 시간과 폐쇄된 공간, 룰과 미션, 승자와 패자, 최대 상금 2억 원까지.

출연자들은 우승상금을 얻기 위해 커뮤니티 안에서 ‘리더’가 돼야 한다. 개인 자금도 차곡차곡 쌓아야 하지만, 다른 출연자들의 신임을 얻는 전략도 필요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자와 불순분자, 정보와 비밀, 공조와 대립 등이 드러나고 있다. 11부작 중 절반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더 커뮤니티>의 차별점은 이념 서바이벌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와 이념‧가치를 서바이벌의 주요 도구로 내세운다. 출연자의 가치관을 정치(좌/우), 계급(서민/부유), 젠더(페미니즘/이퀄리즘), 개방성(개방적/전통적) 등 4개 영역으로 나눈다. 12명의 출연자는 가치관에 따라 ‘사상점수’를 부여받는다. 사상점수는 비공개다.

출연자들은 상대방의 화법이나 제스처를 통해 계급이나 성향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나름의 근거를 갖고 ‘정체성’을 추측한다. 사람의 인식, 판단이라는 추상적 이념을 다룬지라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단박에 파악하기 어렵지만, 마냥 ‘이기고 지는 싸움’이 전부가 아니란 건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과 협력을 넘나들며 어쩔 수 없이 ‘공동의 지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더 커뮤니티' 인물 포스터.
'더 커뮤니티' 인물 포스터.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초반 자신의 생존과 탈락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집중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커뮤니티에 입성한 출연자들은 주민으로서 ‘1일 리더’를 뽑는데, 리더는 주민 개인 자금 중 몇 %를 공금으로 거둘지 결정한다. 공금 축적 및 세율, 노동과 부의 분배 등을 맡는 ‘권력자’인 만큼 역량 있는 리더를 뽑는 데 신경 쓴다.

상대를 들추기 위한 탐색전을 벌이다가도 ‘공동의 이익’ 앞에서 한발 물러선다. 불순분자 역할을 맡은 출연자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다수를 두고 “착한 사람들”이라고 평할 정도다. 이념과 행동이 어떻게 구현되고, 또는 어긋나는지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익명 채팅 토론에서는 사상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남성이 섹시하다”, “국가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등의 주제를 두고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거나 상대를 조롱하는 익명의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안온한 커뮤니티와 달리 ‘빅마우스’가 활약하고, 논리보다 토론을 대하는 자세에 후한 점수를 준다.

치열한 토론을 관전한 출연자들은 “무섭다”(고애신), “말로 할 때랑 글로 할 때랑 확실히 다르다”(하마)라며 소회를 밝힌다.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과 별개로 잠재된 ‘다름’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불순분자는 공동체의 와해를 꾀하며 불신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 예능의 틀 안에서 규범과 제도를 만들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소 게임의 룰과 미션이 복잡해 극적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누가 ‘우승상금’을 차지할지보다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청자의 자리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이돌 데뷔든, 최강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예능이든 시청자는 출연자의 실력을 가늠하는 ‘관찰자’이거나 최종 투표에 임하는 정도였다. <더 커뮤니티>는 시청하는 순간부터 ‘참여자’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참여자 중 누군가는 시청자의 대리인이 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를 지녔을 뿐 아니라 실제 현실 사회(커뮤니티)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회차에서는 후반부를 견인할 ‘기자’ 역할이 투입됐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각자의 신념과 정서에 부합하면 진실로 받아들이는 ‘탈진실의 시대’다. 과연 커뮤니티에서 기자는 어떤 촉매제 역할을 할까. 출연자들의 정체를 감추거나 들출까. 그렇다면 출연자들은 새로운 정보의 맥락과 해석 차이로 갈등과 반목을 이어갈까. 과연 커뮤니티는 살아남을까. 예능이지만 현실에서 이미 접한 익숙한 풍경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