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담한 KBS "국정 현안에 솔직"...조선일보 "명품백 논란 사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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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생략하고 KBS와 특별대담
KBS '파우치 논란'으로 의혹 축소 역력...윤 대통령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쉬워"
한겨레 "곤란한 질문 피하려고 녹화 대담...국민 외면 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가진 KBS 대담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사과 없이 일방적인 국정 홍보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KBS는 국정 현안에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고 호평했지만, 다수 신문에선 내용과 형식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지난 7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대통령실이 요구가 높았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대신해 특별 대담 형식으로 마련한 것이다. KBS는 사흘 전에 대통령실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이날 100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대통령실은 사전 질문 조율 등이 없이 즉답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질문은 의대 정원 확대, 늘봄 학교 정책, 50인 미만 중대재해 처벌법 유예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강변하는 데 치우쳐졌다. 윤 대통령이 KBS 박장범 앵커에게 대통령실을 소개하는 장면에선 집무실에 부친의 책장을 가져온 사연, 해외 정상에게 받은 선물을 내보이며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선 ‘정치공작’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부친과의 친분을 앞세운 방문자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나 생각한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왔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을 그어서 처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KBS는 명품백 수수 논란을 ‘파우치 논란’으로 칭하면서 의혹을 축소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장범 앵커는 언론이 주로 수식하는 명품 브랜드나 고가의 액수를 언급하지 않고 “파우치, 외국회사의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하면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KBS는 다담을 마친 뒤 8일 <뉴스광장>에서는 특별 대담 발언을 전하면서 “민생 경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며 “대담 내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호평했다. 

한겨레 2월 8일자 사설
한겨레 2월 8일자 사설

반면 다수 아침신문은 ‘명품백 논란’ 답변에 주목해 우려 해소에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선물을 받은 데 대한 명시적 사과는 없었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인식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대담 형식에 대해선 “대통령이 여러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기자회견에 비해 내용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대담 방송사인 KBS는 사장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다. 대담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졌다고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윤 대통령은 ‘분명하고 단호한 처신’을 약속했지만 명시적인 사과를 애써 피한 이번 해명으로 동영상에서 시작된 국민적 의혹과 부정적 여론이 해소될지 의문”이라며 “‘아쉽다’거나 ‘대통령 부부가 누군가에게 박절하게 대하는 게 어렵다’는 말 정도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 특유의 자화자찬, 이미 각종 공개 석상에서 말한 내용의 동어반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관련해서 ‘정치공작’에 당한 피해자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명품 가방 등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고 녹화 대담을 택한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소통을 독려하나. 이런 식의 불통은 국민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KBS가 이날 밤 10시대에 편성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8.6%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했다. 전 주에 같은 시간대 편성된 <생로병사의 비밀> 시청률 3.6%보다 상승한 수치고, 2019년 KBS 메인뉴스 시간대에 편성했던 <문재인 2년 대담> 시청률 9.5%에는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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