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엄재희 기자] KBS 노사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가 무력화된 가운데, 언론노조 KBS본부가 진행한 자체 투표에서 새 국장 5명 중 4명은 임명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동의제는 사장이 5대 주요 국장을 임명할 때 노조 조합원의 과반투표 과반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지만, 박민 KBS 사장은 지난달 26일 인사권 침해를 이유로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KBS본부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주요 5대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KBS본부는 "이번 투표는 노사관계의 기본인 단체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록 단협을 무참히 짓밟는 사태에 이르렀으나, 이번 투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를 보면,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 임명에 대해서 반대 90.7%(136명), 찬성 9.3%(14명)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투표율은 투표권자 218명 중 150명이 참여해 68.8%를 기록했다. 이어 △박진현 시사제작국장 반대 52.9%(9명) 찬성 47.1%(8명) 투표율 65.4% △최성민 시사교양1국장 반대 78.2%(43명) 찬성 21.8%(12명) 투표율 79.7%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 찬성 53.1%(17명) 반대 46.9%(15명) 투표율 68.1% △이상호 라디오제작국장 반대 79.3%(23명) 찬성 20.7%(6명) 투표율 85.3%로 나타났다.
KBS본부는 "통합뉴스룸의 경우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가 '땡윤뉴스'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는 게 아니라 악화시킬 인물이 임명돼 반대가 가장 높았다"며 "라디오센터의 경우 이상호 라디오제작국장이 일방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 등으로 제작 자율성 침해가 큰 상황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구성원들의 공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번 투표에서 보여준 조합원들의 함의는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의 자율성을 지켜내고, 나아가 뉴스 및 프로그램의 신뢰성에 도움이 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요구와는 전혀 다른 인물들로 주요 국장이 채워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