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YTN...이사회 구성부터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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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YTN에 이사 6명 교체 계획 통보...사장에 '언론장악 논란' 김백 유력
노조 "'용산'의 간택받았나...방통위 승인 취지도 어겨"주장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16일 오전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YTN지부

[PD저널=엄재희 기자] YTN 최대주주로 올라선 유진그룹이 새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과거 YTN 해직 사태에 관여했던 인사부터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최측근까지 명단에 올려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김홍일 위원장)로부터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유진그룹은 잔금을 치른 직후인 14일 YTN 기획조정실에 '주주 제안' 형식으로 이사 선임 계획을 전달했다. 유진그룹은 사내이사로 김백 전 YTN 상무와 김원배 전 YTN 국장, 사외이사로 김진구 유진그룹 부사장과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 등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안팎에서는 사내이사로 내정된 김백 전 상무가 대표이사 사장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존 YTN  이사 중 사내 이사는 사장과 상무 2석 뿐이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지난 14일 오마이TV <언론아싸>에 출연해 "유진그룹이 YTN 사내와 사외이사 6명을 바꾸겠다고 통보했다”면서 “사실상 김백이라는 인물을 사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김백 전 상무 사장 내정설을 부인하고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특정인의 이사 선임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대표이사 선임은 주주총회를 통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YTN 정기 주주총회는 다음 달 29일 열린다. 

김백 전 상무는 언론노조가 '언론장악 부역자'로 비판한 인물이다. 그는 2008년 '낙하산 구본홍 YTN 사장 반대 투쟁' 당시 기자 6명을 해고하고 33명을 징계한 인사위원회의 인사위원이었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해는 KBS 경영평가 위원으로 참여해 KBS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활용해 논란을 불렀고, 지난해 7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한 토론회서 "KBS·MBC 등 공영언론이 왜곡 보도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2년 4월 2일 언론노조 YTN지부가 '언론계에서 불법사찰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배석규 전 YTN 사장을 방문할 당시 김백 전 상무이사가 조합원들의 방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2012년 4월 2일 언론노조 YTN지부가 '언론계에서 불법사찰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배석규 전 YTN 사장을 방문할 당시 김백 전 상무이사가 조합원들의 방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사외이사로 내정된 이연주 부원장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이 연세대 총동문회장일 때 부회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보수 정권마다 '관제 집회 동원 의혹'을 사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역임했다. 김진구 부사장은 YTN을 인수한 유진이엔티 대표이자, '유경선 회장의 집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일심회 사건 수사를 맡았던 공안검사 출신으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주도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이력이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이사 선정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여의도에 위치한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의 나팔수 노릇으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인물이 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며 "'땡윤뉴스'의 적임자로 '용산'이 간택해 내리꽂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들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총애를 받는 자유총연맹 출신이자 유경선 회장의 대학 동문이 포함됐고, 유 회장의 집사라 불리는 이도 자리를 꿰찼다"며 "이것이 사영화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번 이사진 내정은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 위반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방통위는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내주면서 'YTN 보도편성에 개입하지 않을 것' '청렴·윤리·준법 경영계획과 사회 공헌 확대 방안 이행' 등의 조건을 달았다. YTN지부는 "YTN에는 노사 합의로 만든 사장추천위원회가 있고, 사장이 되려면 대주주가 선택하기 전 사추위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며 "그런데 유진그룹은 사추위 없이 사장을 내정해 기존 제도를 무력화했다.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 취지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 중인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 지부장 ⓒYTN지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비판받은 배석규 전 YTN 사장이 유진이엔티 사외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YTN지부가 16일 공개한 유진이엔티 등기부등본을 보면, 배 전 사장은 올해 2월 13일자로 유진이엔티의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2009년부터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 걸쳐 6년간 YTN 사장에 재임했고, 2009년 9월 MB정부 총리실이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 “신임대표(배석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 돋보임” "(배 사장이)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이라고 적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진이엔티는 이사회 및 경영진에 방송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선임했다"며 "향후 방송 전문가 집단의 자문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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