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영향"...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송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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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 긴급 총회..."제작 자율성 침해, 공영방송 추락 가져올 것"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노란 리본 조형물이 녹슬어있다. ©뉴시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노란 리본 조형물이 녹슬어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KBS 제작 간부가 4월 방영 예정이던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연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오는 4월 18일 방영 일정으로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이 되어 살아날게(가제)> 를 제작하고 있었다. 촬영이 40% 정도 진행된 상태여서 예정된 편성 날짜 방송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박민 KBS 사장이 임명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부임 이후 돌연 제작진에 방송을 4월이 아닌 6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시했다. 

이 제작본부장은 방송 연기 이유로 "4월에 방송하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은 22대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로부터 8일 뒤인 18일에 방송되니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총선 앞뒤 두 달이 총선 영향권"이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 주장에 따르면 이 제작본부장은 인사 발령을 받은 뒤 세월호 다큐멘터리 제작 계획을 듣고 지난 3일 밤 간부를 긴급 소집해 이같은 연기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사측은 "4월 총선을 앞둔 시기에 민감한 아이템이 총선 일자를 중심으로 방송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선거 공정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6월 이후 방송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 연기 소식이 알려지자 KBS PD협회는 15일 긴급 총회를 열고 이 제작본부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4월의 바다와 6월의 바다는 다르다. 세월호 10주기 방송은 온전히 4월이어야 한다"며 "6월 이후 다른 재난과 엮어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판단은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은 물론, 공영방송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제작 중인 프로그램은 어떤 정치적 이슈도 없고, 참사 후 10년을 보낸 단원고 생존자를 중심으로 한 평범한 인물 이야기"라며 "세월호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고자 정치인이나 유가족 대표, 혹은 세월호 관련 단체의 구성은 제하고, 참사를 겪은 평범한 당사자들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인생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방송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6일 성명을 내고 "이 프로그램은 오보를 쏟아내고 청와대 개입까지 받아들인 한국 언론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성과 결단의 표현이다"며 "이런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는 KBS는 다시 10년 전 KBS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보수성향의 KBS 공영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했고, 2017년 5월 라디오센터 간부 시절에 한 PD가 가져온 출연진 명단에 대해 “이들이 좌빨이 아닌 이유를 5가지씩 적어오라”라고 지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9일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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