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1987 부산, 널리 알려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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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TBN 부산 ‘1987 부산’ 연출한 김도영 PD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김도영 PD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김도영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6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에 지난해 12월 전파를 탄 TBN 부산교통방송의 <1987 부산>이 선정되었다. <1987 부산>은 부산 지역의 민주화 운동을 재조명하고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사진 ‘아 나의 조국’ 속에 나오는 주인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

<1987 부산> 연출한 김도영 PD는 “부산을 포함해서 다른 지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87 부산>은 어떻게 기획된 프로그램인지 들어보고자 지난 16일 김도영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동료 PD들이 심사해서 주신 상이라서 더 값진 것 같습니다. 부산을 포함해서 다른 지역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에 대해 더욱 관심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1987 부산>은 어떤 다큐 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한 많은 부산 시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2부작 다큐멘터리입니다. 1부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는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부산의 6월 항쟁을 총정리했고, 2부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사진인 고명진 기자의 ‘아 나의 조국’ 속에 나오는 주인공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아 나의 조국’ 사진이 부산에서 찍힌 것인가요? 

"1987년 6월 26일 부산 문현로터리에서 촬영된 것인데 많은 분들이 촬영지를 잘 모르고 있어요. 당시에 사진을 찍은 고명진 기자님을 비롯해서 여러 언론사에서도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이 이야기는 동의대 영화학과 차민철 교수님과 김대황 감독님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보도자료도 내고 현수막도 걸고 SNS를 활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6월 항쟁에 참여했던 많은 분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해서 6월 26일 사진 속 주인공의 하루를 재현해봤습니다.”

영화 '1987 부산' 티저 영상 갈무리.
영화 '1987 부산' 티저 영상 갈무리.

-방송이 나간 뒤 사진 속 주인공에 대한 제보는 없었나요?

“구체적인 제보는 없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생각 했을 때 사진 속 주인공이 36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그분이 현재는 세상을 떠났거나 아니면 정말 영원히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아직 살아계시다면 누군지 꼭 찾아내고 싶습니다.”

-1987년 당시에 부산에서도 민주화 운동 열기가 뜨거웠나봐요?

“부산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어쩌면 더 뜨겁게 항쟁이 진행됐었는데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고향이 부산이기도 하고 6월 항쟁 직전 부산에선 군부독재에 항거한 황보영국 열사가 있었습니다. 

또 항쟁 직전에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광주항쟁 사진전이 열렸거든요. 이 광주항쟁 사진전에 부산 시민들이 몇만 명 이상 관람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고, 진실을 목도하면서 군부 독재에 대한 반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 명동성당 농성이 끝나면서 항쟁의 열기가 식어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을 때 부산 가톨릭센터 농성을 통해 열기를 이어갔고요. 부산 지역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항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민주화 운동 이야기는 지역방송에서 여러 차례 다룬 소재일 것 같은데요. 다시 부산 민주화 운동을 조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산 지역 방송에서도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꾸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는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조명하는 게 방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를 준비하면서 부산 민주화 운동에 대해 새로 접하거나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이번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제가 2008년에 대학교 신입생이었는데 사회학과 수업을 듣게 됐었거든요. 과제로 받은 게 부산 지역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의 증언을 채록해 오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아버지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물어봤어요, 당시에 부산에서 20년 정도 살았을 때인데,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운동에 참여한 분들의 인터뷰, 증언을 접하면서 부산 민주화 운동이 새롭게 다가왔고, 지역의 역사를 잘 모르고 지냈다는 점에 약간 부끄러움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현재는 정치 쪽에서 이름을 알린 분들이 많은데, 사실 뒤에서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고요, 덕분에 현재 민주화된 사회에서 살 수 있어 감사하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 2016년 TBN 부산교통방송에 입사한 김도영 PD는 다큐멘터리 <이제는 농업이 미래다>,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라디오로 듣는 부산 웹툰 <영도할배쓰, 불로초 수호기>를 제작했으며 현재는 <출발 부산대행진>을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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