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만 콕 집어 '과징금'..."심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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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바이든-날리면' 보도한 MBC에 과징금 결정 파장
MBC·YTN은 중징계…KBS 등은 경징계
"MBC 때려 전체 언론 길들이기" 비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여권 심의위원으로만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가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MBC에 최고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았고 당시 140여 개 언론사가 '바이든' 발언을 보도했으나, 첫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에 무거운 책임을 물으면서 '표적·편파 심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에서 MBC에 대한 과징금 결정은 지난해 11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후 두 번째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20일 회의를 열고 지난 2022년 9월 22일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쩌나'라는 자막을 보도한 MBC에 '과징금 부과', YTN에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이 두 방송사는 현재까지 자막 등을 정정하지 않고 있다. 자막을 수정하거나 사과한 방송사 중 OBS·JTBC에 법정제재(주의), KBS·SBS·TV조선·MBN에 행정지도(권고), 채널A에 행정지도(의견제시)를 결정했다. 방심위 제재 수위는 '문제없음'부터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와 '경고', '관계자 징계', '과징금 부과' 순으로 높다.

이번 심의는 여권 추천 위원으로만 구성된 방송소위가 법원에서 다툼 중인 사실관계를 허위로 단정하고 당시 다수의 언론사가 자체 판단을 통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MBC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 비판이 거세다.

이날 열린 방송소위는 정원 5인 중 여권 추천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이정옥 위원만 참석했다. 야권 추천 윤성옥 위원은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없다"며 한 달 전부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여권 추천 문재완 위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5인 중 3인이 회의를 열어 최고수위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제재 수위를 확정하는 방심위 전체회의도 정원 9인 중 여권 추천 위원이 6인이라 무리없이 같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음성감정 결과 해당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발언 정황 등을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MBC는 이에 '논리적 비약'이라며 불복해 항소했지만, 방심위는 심의를 재개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는 통상 법적 다툼이 있는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시스

이날 방송소위에 출석한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은 심의 내용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당시 대다수의 언론이 '바이든'이라고 보도했는데도 정부는 MBC만을 특정해 소송을 내고 여당도 MBC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는 다른 언론사의 자체 판단 능력을 무시한 것이고, 대통령의 비속어 잘못을 덮으려 MBC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MBC를 때려 전체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로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의 늦은 해명이 '바이든-날리면' 사태의 원인이라고도 지적했다. 당시 언론들은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질의했지만, 정확한 확인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대통령실에 문의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확인해주지 않아 모든 언론은 당시 상황에 근거해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16시간 후에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방심위원들은 MBC가 '바이든'이라고 보도해 다른 언론사에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MBC가 유튜브를 통해 가장 먼저 보도했다"며 "MBC가 선제적으로 이를 보도하면서 대부분의 언론이 따라오게 됐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늦은 해명에 대해선 "MBC의 선제보도로 피해받은 대통령실은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희림 체제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에 총 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언론자유 위협' 언론계 비판과 우려 이어져
이날 MBC에 대한 과징금 부과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계는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20일 "MBC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함에 따라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일 뿐 아니라, 1심에서조차 '확인하가 어렵다'고 했는데도 허위로 단정하고 심의를 강행한 건 표적심의"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재갈 물리기' 방심위의 무더기 징계를 우려한다"고 했고, 방송기자연합회도 "정부에 불편한 보도에 대해서는 징계의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21일 논평을 내고 "여권 일색 구조의 방심위에서 자행되는 편파심의, 정치심의 행태를 국민 다수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방심위는 권력 하수인 노릇을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가 2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KBS 사과에...류 위원장 "인상깊다" 호평
이날 방송소위 의견진술에 출석한 9개 방송사의 보도 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임명된 최동혁 KBS 통합뉴스룸 정치부장은 "당시 <뉴스9> 보도는 명확히 판정할 수 없는 특정 단어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보도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바이든'으로 적시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그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류 위원장이 "KBS는 의견진술서를 보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KBS 자체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도 진솔하게 담겼다"고 호평했다. 김동욱 TV조선 부본부장과 채수환 MBN 시사제작국, 채널A 천상철 보도본부 부본부장도 방심위원들의 지적을 대체로 수용했다.

반면, YTN 측은 부당함을 주장했다. 박순표 보도국 편집에디터는 "YTN은 여야 반응을 전하면서 인용한 녹취록에 '바이든'이라고 표기한 것"이라며 "이것마저도 문제가 된다면 대한민국 기자가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나"고 말했다. YTN은 의견진술서에 '이런 심의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에 이정옥 위원은 박 에디터의 태도를 지적하며 "잘못된 정보를 주면 그게 언론 자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는 심의 의결 직후 "역대 최악의 언론검열기관으로 전락한 '류희림 방심위'의 폭주가 제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처분 취소소송 등 법적대응을 시사해, 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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