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편성위 파행 ...세월호 다큐 불방 사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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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책임자 불참으로 무산…PD협회 규탄 설명
박민 KBS 사장 세월호 유가족 면담 요청도 거절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지난해 4월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제작 파행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편성위는 무산됐고, 박민 KBS 사장은 세월호 유가족의 면담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유가족 단체는 매주 수요일 저녁 KBS 앞에서 촛불시위를 열겠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오후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TV편성위원회는 이제원 제작본부장 등 제작 책임자 측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TV편성위원회는 방송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제작 과정에서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간 이견이나 분쟁 등이 발생했을 경우 관련 사항을 협의하는 기구다.

제작 책임자 측은 이날 편성위원회의 '세월호 10주기 방송건' 안건명을 문제삼고 수정을 요구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임 본부장이 가승인한 아이템은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아니라 천안함 사건 등 다른 대형사고 PTSD 극복기를 전제로 한 '세월호 생존자 PTSD 극복기'였다며 안건명에서 '세월호 10주기'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임 제작 책임자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 등 대형사고 PTSD 극복기를 여러 편의 시리즈로 기획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4월 방영 목표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방송 제작에 들어갔는데, 박민 KBS사장 부임 이후 임명된 현임 제작 책임자는 돌연 이를 종합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선 '세월호 지우기에 혈안이 돼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 PD협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이 제작본부장은 '세월호 10주기'라는 문구를 빼라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고, 제작 실무자 측은 약 3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결국 대면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최소한의 대화 장치인 TV편성위원회마저 파행을 낳게 한 이 제작본부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이 지난 19일 KBS 본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KBS본부

편성위는 열리지 못했지만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제작 자율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KBS PD협회는 "이 제작본부장은 방송 제작에 관한 편성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영방송 제작 책임자로서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며 "이 제작본부장은 KBS 편성규약 6조와 7조를 꼼꼼하게 읽고 새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방송법의 제작 자율성 보장 조항에 근거해 만들어진 KBS 편성규약에는 '제작 책임자는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제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6조), '프로그램이 사전 협의 없이 수정되거나 취소될 경우 그 경위에 관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7조)고 되어 있다.

박민 KBS 사장 세월호 유가족 면담도 거절
전날인 26일엔 박민 KBS 사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을 공식 거부했다. KBS 사측은 '방송법에 따라 사장도 편성에 간섭하면 안 되는 것으로 면담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거절 사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세월호 10주기 불방 사태' 관련 논의를 하자며 면담을 요청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성명을 통해 "유가족들은 KBS가 지난 10년 전 언론 참사에 대한 반성이 있기를 바랐기에 사장 면담에 대한 대답을 기다린 것"이라며 "면담 거부는 결국 KBS로 향하는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분노를 피하려는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21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 촉구 시민 촛불 집회'에서 단원고 2학년 7반 故 정동수 군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지난 21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 촉구 시민 촛불 집회'에서 단원고 2학년 7반 故 정동수 군 아버지가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이어 KBS 사측이 방송법 위반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KBS 박민 사장과 경영진을 보며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퇴행과 방송의 독립성 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며 "총선이 끝나고 8일 뒤에 방영되는 세월호참사 10주기 다큐마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영 불가를 결정한 KBS가 방송법과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이유로 든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편성위 불발과 사장 면담 거절로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4.16연대와 4.16재단,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은 오는 28일 저녁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2차 촛불집회를 예고했고, 언론노조 KBS본부도 편성위 무산에 따라 임시 공방위를 요청하며 사측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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