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이혼 관찰 예능에 노출된 아동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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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 핵심 출연자로 자리 잡은 아동
활동 영역 넓어졌지만, 프라이버시 보호 어려워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화면 갈무리.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아이들은 ‘예능의 오아시스’일까. 관찰 예능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사생활’에 해당하는 영역이 ‘엔터테인먼트’로 대부분 흡수됐다. 가상연애 및 결혼을 다루던 예능은 ‘진짜’ 동거와 결혼, 이혼과 재혼, 난임과 출산, 육아와 양육 등 생애주기의 변곡점을 재미와 흥미로 버무렸다.

이 와중에 아동은 관찰 예능의 핵심 출연자로 자리 잡았다.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지난 5일 방영분부터 재혼가정 예행연습을 다루기 시작했다. ‘돌싱’ 출연자와 각각 자녀들이 함께 사는 관찰 예능이다. 가족의 재구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공감대를 넓힌다는 취지일 테지만, 과연 아동 출연자의 프라이버시가 얼마만큼 존중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의 사랑꾼>의 출연자인 유현철과 김슬기는 재혼을 앞둔 커플이다. 둘은 MBN <돌싱글즈>와 SBS플러스‧ENA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했다가 ‘돌싱’이라는 공통분모로 가까워졌다고 알려졌다. 이번 예능에서는 실제 재혼을 앞둔 만큼 각자의 자녀들과 함께 한집에서 ‘살아보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린다. 김슬기는 남매가 실랑이를 벌일 때마다 중재에 나서지만, 이내 티격태격 싸운다. 누나는 남동생을 귀여워하면서도 ‘아빠’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 생기는 난관,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 주로 등장할 테지만, 아이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도 올라오는가 하면, 아이들의 출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예능에서는 아동의 출연 영역이 꽤 넓어졌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기점으로 육아 예능이 쏟아졌다. 싱글맘의 육아기(JTBC <내가 키운다>), 외국인 아빠들의 육아기(MBC <물 건너온 아빠들>), 미성년 부모의 육아기(MBN <고딩엄빠>) 등 육아 예능의 변주와 함께 아동의 출연도 늘어났다. KBS <편스토랑>에서도 요리 레시피가 예능의 중심축이지만, 유명 연예인과 자녀와의 일상을 비중 있게 보여준다.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20일 방송 예고편 영상 갈무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예고편 영상 갈무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육아 상담 예능을 표방한 만큼 전문가와 함께 일반 아동의 문제 행동을 살펴보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처럼 TV에서 유명 연예인과 자녀뿐 아니라 일반인과 자녀의 출연까지 흔해졌다. 아이들의 출연이 잦아진 배경은 아이들이 순수함, 귀여움, 애틋함 등의 감정을 유발하며 일정 수준 이상 시청률을 견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하지만 아동의 출연 영역이 넓어질수록 부모의 이혼, 과도한 훈육,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는 등 부작용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출연자 부모의 불륜 의혹, 이혼 소식 등이 전해지는 경우 함께 출연했던 아이들도 덩달아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일쑤다. 설사 부모와 아이들이 TV 출연에 동의했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출연에 따른 후폭풍을 예견하기란 어렵다.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고, 민감할 수 있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 ‘사생활 영역’이 모두 공개된 상태다. ‘새로운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실현할 수 있을지언정 현실에서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는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육아 상담 예능도 긍정적 효과가 존재하지만, 훈육 대상인 아이의 얼굴이나 문제행동이 고스란히 노출돼 낙인찍히기 쉽다. 

TV 속 아동 출연의 범람은 ‘예능의 소비재’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연애와 결혼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저출생 시대를 직면한 가운데 귀여운 아이들의 출연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아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변주는 그때그때 화제성을 가져올 순 있었지만, 아이들이 인격과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려운 건 여전하다. 제작진이 신중하게 촬영해 편집하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아동 출연자를 향한 악성 댓글이나 무차별적인 공격까지 막아주기엔 한계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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