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저버린 언론인 정계 진출,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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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앵커 등 언론인 출신 22대 총선 대거 출마
반복되는 폴리널리스트 논란...유예기간 설정 등 자정 노력 필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정지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정지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얼굴이 익숙한 뉴스 앵커, 기자 등 언론인 출신들이 대거 출마했다. 비례대표 신청자까지 합하면 역대 최대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TV조선 앵커 출신 신동욱, 박정훈, YTN 앵커 출신 호준석, 노종면, 경선에서 낙마한 MBN 출신 정광재, SBS 출신 손범규, KBS 출신 김기홍 등 너무 많아 헤아리기 쉽지 않다.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앙, 지방의 언론인들의 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치계로 뛰어드는 언론인들의 입장과 비전은 각자 다르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도 이해한다.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이미 하나의 문화, 전통이 됐다. 정치권에 진출한 언론인을 일컫는 폴리널리스트’라는 단어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새삼스럽게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을 비판한다는 것이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현실성 없는 공허한 목소리에 불과할 수 있다.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인들의 정계진출은 이제 논란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들의 무분별하고 원칙없는 정계 진출에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는다. 

첫 번째 이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정치권력을 감시,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론인들이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소신이라 하더라도 언론인의 자리에서 한 발언과 행동의 대가, 보상으로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치 권력 감시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감시견 역할을 외면한 언론인은 언론의 탈을 쓴 예비 정치인일 뿐이다.

둘째, 현역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자기부정이다.
 
언론윤리강령에는 엄정 중립을 강조하며 이를 준수하도록 모든 언론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언론사 주요 간부나 방송사 얼굴 역할을 하는 앵커들에겐 더욱 강조되는 지점이다. 정치권의 제의에 하루아침에 사표제출도 하지않은 채 청와대로 국회로 정당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기부정이자 국민배신행위다. 더 큰 국민적 배신으로 자신의 사욕에 충실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의 폴리널리스트들이 한국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게 된다.

한국 언론사 전체 기자 수에 비해 정계로 달려가는 언론인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인지도나 유명세 때문에 많은 언론인들이 정계로 뛰어드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현장에서 진실을 위해 중립적인 자세로 취재, 보도하는 대다수 언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된다. 나아가 한국 언론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권언유착이란 오명도 계속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KBS 등 공영방송에는 정계진출시 6개월 전에 사표를 제출하도록 윤리강령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아도 징계할 수단이 없다. 이미 사표를 제출해 달리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따라서 정당과 언론계가 서로 신사협정을 맺을 것을 권한다.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자유롭게 하더라도 현역에서 바로 가는 무원칙한 관행을 단절하고 유예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정당에서 무원칙하게 방송사 앵커나 언론인들을 현재처럼 바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두라는 것이다. 언론계와 정당이 함께 최소한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설정하도록 협정을 맺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자율규제가 불가능하다면 입법을 하는 수밖에 없다. 언론개혁을 위해 언론인들의 무분별한 정계 진출을 계속 간과할 수 없다. 언론 내부의 자정 노력이 무력화된 상황과 '언론 신뢰도 최하위' 간에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3년 동안 엄격한 취업제한 심사를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언론사 주요 간부는 고위공직자 못지않게 공적영역에서 실질적 파워를 행사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언론인들의 자각과 각성, 언론단체의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단순히 개인의 직업 선택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본질과 윤리, 국민의 신뢰를 직결하는 중요한 사회 문제다. 언론인, 언론단체, 정당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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