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북한관련 방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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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유골’ 이어 북 핵물질 거짓정보 ‘받아쓰기’
“외신의존에 북한 불신 고정관념이 문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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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관련 방송뉴스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가짜유골’ 논란 과정에서 일본측 입장만을 전달해 편향 보도란 지적을 사더니 이번엔 미국발 북한관련 외신이 정보 조작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 20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초 북한이 리비아에 핵물질을 수출했다는 것은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흘린 거짓정보”라고 폭로했다. 또 신문은 리비아에 핵물질을 판 나라는 북한이 아닌 파키스탄이며, 미국은 파키스탄이 알카에다 지도부를 추적하는 동맹이라는 이유로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밖에도 미국이 이런 거짓정보를 흘린 이유는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주요 방송사들은 이런 워싱턴포스트의 폭로 내용을 같은날 메인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뤘으며 거짓정보를 흘린 미국을 비판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국내 주요 방송사들은 거짓정보를 흘린 미국을 비판하기 앞서 북한과 관련한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외신인용 풍토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방송사들은 지난달 2일 문제의 거짓정보를 그대로 다룬 미국 뉴욕타임스를 인용, “미 정보기관과 과학자들은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정제된 우라늄을 리비아에 판매했다는 거의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주요방송사들은 “우라늄 수출”(mbc), “북한, 파키스탄서 핵기술 전수”(sbs)란 제목으로 이 뉴스를 전했으며 kbs는 단신 처리했다.

그러면서 방송사들은 지난달 3일 워싱턴포스트가 “북한이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을 수출한 것 같다는 미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분석방법에 따라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파키스탄을 출처로 지목할 수도 있게 해 준다”고 인터넷판에서 보도한 것은 외면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확인된 사실이 아닌 미국 정보기관과 과학자들의 ‘판단’을 기정사실화하고 ‘판단’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제기를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이런 거짓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방송의 북한관련 뉴스태도는 공교롭게도 지난번 pd연합회보에서 비판 대상이 됐던 ‘가짜유골’ 논란에서 드러난 방송보도의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을, 또 그들의 언론기관을 더 신뢰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근 조선대 신방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민감한 북한의 소식을 외신에 의존하는 문제이고, 둘째로는 북한에 대한 좋지 않은 고정관념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에 대해선 기자가 좌나 우로 치우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기자는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치고 전문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특수 상황으로 인해 사실확인이 어렵다면 논란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외신을 무조건 받아쓸 게 아니라 더 한층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게 언론으로서 온당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관련 소식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외신에서 보도한 것을 받아쓸 수 있지만, 방송은 반드시 외신 보도의 맥락이라든지 비판적 목소리를 같이 실으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mbc 국제부 관계자는 “방송뉴스에서 고의로 북한관련 소식을 축소하고나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일은 없다”며 “외신의 경우 우연히 묻힐 가능성은 있어도 고의로 뉴스를 축소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sbs 국제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도한 뒤 3일치 워싱턴포스트가 반박한 기사를 보도하지 못한 것은 본판이 아닌 인터넷판에 있었기 때문에 놓친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북한소식에 대해 편파적으로 보도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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