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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dmb가 시작됐다. 디지털, 멀티, 미디어 등등, ‘첨단’의 냄새를 풍기는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역시 만만치 않은 사태인 것 같다. 세계 최초라는 설명도 새롭다. 어느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런 새로운 방송 시스템을 개발해 낼 정도가 된 것이다. 라디오 방송은 미국에서, 텔레비전 방송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것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초는 최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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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에 따른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정신없을 정도로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위성과 지상파dmb를 각각 가리키는 dmb-s나 dmb-t 정도는 기본이고 dvb-h나 mediaflo 같은, dmb와 경쟁관계에 있다는 외국의 시스템 또는 기술 규격까지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한다. ip-tv나 wibro 같은 단어는 이제 상식 시험에도 안 나올 정도가 된 것 같고, 영어로 된 방송 통신 관계 약어에 대해선 골치 아파서,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는 사람도 봤다. 방송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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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반 시청자로서 처음 만난 새로운 방송매체는 음악fm이었다. 지금부터 30여년 전, 흑백텔레비전과 am 라디오뿐이었던 필자의 매체 환경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던 셈이다. 생생한 스테레오 음질로 음악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새 세상’이 열렸던 것인데, 그 이후에 만난 어떤 ‘뉴미디어’도 그만한 한계 효용, 또는 감동을 주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80년 12월에 시작된 컬러tv 방송도, 그리고 95년 3월 시작된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새로운 매체와 관련해서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방송매체가 하나 새로 만들어짐으로써 얻게 된 감동과 기쁨은 점점 더 작아지기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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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도 얘기하지만, 과연 시청자들이 원해서 새로운 매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인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라디오로 소리만 듣다 보면 그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당연한 것 같고, 또 흑백으로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그 원래의 색깔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 정도까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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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청각을 만족시킨 이상, 그 이상의 매체 발전은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사업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 종일 이종 격투기 경기를 보지 못하면 어떤가. 지하철과 승용차 안에서도 꼭 텔레비전을 봐야만 하나. 수백개의 채널이 있어야만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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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새로운 기술과 첨단 방송 시스템을 어려운 약어를 써 가면서 얘기하는 걸 보면 난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들, 이삼십년 전에도 별 불만 없이 방송을 ‘즐기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오히려 문제는 방송의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쪽이었을 텐데, 왜 다들 이렇게 몰려가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게다가 이 바쁜 사람들이, 첨단 뉴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기나 한 걸까. 도대체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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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없다보니 별 소릴 다 해버린 허탈함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과 전자, 통신 산업의 자본 논리에 방송과 시청자가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매체에 관심과 인력과 자본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기존 방송의 콘텐츠 생산은 오히려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누구를 위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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