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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과 그 적(敵)들

|contsmark0|보기에 안쓰런 풍경이 있었다. 인기 연예인 이승연이 1심 선고를 받던 날이다. tv카메라가 얼핏 보기에도 7∼8대.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까지 다 떴을 것이고 뉴스카메라는 물론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의 eng카메라도 다 출동한 모양이다. 그보다 서너배는 됨직한 스틸 카메라와 취재기자들까지 서울지법 청사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들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사회봉사 80시간’이라는 선고를 받고 법정을 떠나는 이승연을 촬영하려다 뜻을 못이룬 것인지 아예 무리지어 그녀가 탄 차를 2시간여나 가로막고 있었다. 하기야 어찌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연예인은 어디까지나 공인인데 감히 “학원 홍보용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여 교육을 면제받고 기능시험도 대리로 치르게 해 운전면허를 발급”(기소내용)받다니, 그러기에 “운전면허제도가 새로 도입되면서 면허부정 발급의 위험성이 충분히 내포돼 초기에 부정발급 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판결이유)가 충분히 있다. 선고를 받은 이승연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얼굴을 찍어 tv와 신문에 내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유사범죄 예방효과 또한 지대하리라. 연예계 동정 프로그램을 위시한 우리의 저널리즘이 그렇게 나올 것은 능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자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칩거하고 있는 이승연의 집을 기웃거릴 것이다. 그리고 판결대로 그녀가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할 경우 그곳이 장애인 수용시설이든 치매노인 치료소든 가리지 않고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이승연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선글라스를 쓴 채 차 안에 숨어 있을까. 그것도 장장 80시간을…. 그런 후엔 세인들의 뇌리에서 그 악몽같은 사건이 잊혀질 때까지 잠적할 것인가. 아니면 ‘딴지일보’의 예견처럼 화끈한 영화 ‘창(娼)2’에 전격출연한 뒤 그로써 ‘땜빵’했다고 나설 것인가.지금 필자는 어중되게 이승연에 대한 동정론을 펼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른바 ‘운전면허 부정발급 사건’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은 그 나름대로 적절하고 필요했을 것이기에 시비의 대상이 못된다. 게다가 알려진 대로라면 사건 직후 그녀가 보인 태도는 비난을 살 만도 했다. 재판정에 나타날 때 선글라스를 끼고 다리를 꼬았다느니 하는 것은 씹을 거리를 기다리는 ‘파파라치’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kbs의 보도를 비난하며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대목은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사실 축소보도로 일관한 sbs나 mbc에 비해 kbs 보도는 정도 이상의 것이었다― 개전의 정을 보이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 오히려 치명적인 역효과를 냈을 것이다. 마치 방송사간 경쟁의 희생물로 자신을 부각시켰으니 그러지 않아도 각종 음모론에 염증이 나 있는 우리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들었음직도 하다.그러나 생각해보라. 어차피 이승연의 죄과는 실정법의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법정에서 그녀가 치른 것은 ‘죄질’에 비해 혹독한 것이었다. 누구라도 1심 판결을 받고 나가는 이승연의 차가 인의 장벽에 2시간여 가로막혀 있는 모습을 본다면 일정 부분 동의하리라 믿는다. 아무리 ‘운전면허 부정발급’이 괘씸하다 해도 인신의 자유까지 침해당할 일은 아니다. 사건 이후 그녀에 대한 세인들의 ‘적개심’은 비록 그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해도 지나치다. 사실 이제까지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 속에서 연예인은 한낱 ‘딴따라’다. 그 ‘딴따라’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인의 보편적 준법정도를 능가하는 ‘공인’으로 변신해 있다. 대중들은 그 ‘공인’의 행태에 실망하면서 평소의 동경과 흠모가 배신감으로 바뀌고 또 일시적으로 대상을 잃은 관음증적 집착이 가학적인 이지메로 변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차없는 ‘왕따’로 그녀를 난타한다.갑자기 출세를 하거나 과도한 찬사를 들을 때 우리는 시쳇말로 ‘비행기 탔다’는 말을 한다. 오늘날 우리의 연예산업은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거리로, tv로 불러내 졸지에 비행기 태운다.(여담이지만 이승연의 전직이 항공기 여승무원이었던 사실은 그점에서 눈길을 끈다. 말하자면 그녀는 비행기를 갈아탔던 것이다.) 창공을 비상하던 비행기도 언젠가 땅에 착륙한다. 아니 수 틀리면 졸지에 추락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전성기를 날고 있을 때엔 그것을 잘 모르는 법이다. 우리의 이승연. 그녀의 추락에는 날개도 없는 것일까.<본보 발행인>|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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