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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탁아소에서는 제 시간에 아이들을 찾아가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10개의 탁아소를 대상으로 실험이 실시되었다. 부모들이 10분 이상 늦을 때 3달러를 벌금을 물린 후, 그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다. 과연 벌금은 효과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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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결과에 따르면, 벌금을 물린 후 늦는 부모들이 오히려 두 배 이상 늘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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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학의 스티븐 레비트(steven d. levitt) 교수는 그의 책(‘freakono mics; 괴짜 경제학’)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도록 하는 인센티브(incentive)에는 세 가지가 있다.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다. 그런데 탁아소 실험의 경우 벌금 3달러라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도덕적 인센티브를 대체해 버렸다는 것이다. 즉 하루 3달러로 늦었을 때 느끼는 죄책감(자신의 아이와 선생님들에 대한)에서 부모들이 해방된 것이다. 그리고 벌금을 없앤 후에도 늦는 부모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한번 사라진 죄책감(도덕적 인센티브)은 회복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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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도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점점 더 중시되는 경향이다. 방송사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책무감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강조되고 있다. pd들도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때 그것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회적 이슈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시청률과 광고로 연결되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억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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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은 일종의 장기간에 걸친 투자이며 그 결과가 좋다는 뚜렷한 보장이 없어 보인다. 이에 반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잘 활용하면 사람들이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경제적 인센티브는 쉽고 확실한 해결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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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취재원과 접촉하고 작가나 vj 등의 스태프와 끊임없는 인간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많은 시청자와 대면한다. 그러면서 늘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인간들은 과연 믿을 만한 존재인가? 그들은 정직하게 나를 대할까? 그들은 내가 보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그리고 때때로 자기가 배신당했다고 느끼며 분노하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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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펠트먼은 매주 금요일 동료들을 위해서 베이글을 사왔다. 그런데 찾는 사람들이 늘고 이웃 사무실에서까지 이 베이글을 먹으러 왔다. 그래서 그는 늘어나는 비용을 충당할 겸 베이글 옆에 돈 바구니와 가격표를 올려놓았다. 회사를 그만둔 후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일종의 베이글 배달업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베이글과 돈 바구니를 회사 휴게실에 갖다놓고 점심시간 전에 다시 들러 돈과 남은 빵을 수거했다. 그의 친구들(주로 경제학자들이었다)은 이런 자율 판매 방식은 통하지 않을 거라며 그의 사업을 만류했다. 그러나 펠트먼은 몇년만에 일주일 동안 8,400개의 베이글을 140개 회사에 배달하게 됐다. 그의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경제학도답게 이 과정의 데이터를 꼼꼼히 정리했다. 돈을 내는지를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전체 수금률은 87~89% 사이였다. 그는 나머지 11~13% 중 상당수도 ‘깜빡’하고 돈을 안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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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에 가까운 정직도라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사람들을 믿어볼만 하지 않을까? 그리고 10분의 1정도의 불운을 과대평가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접어버린다면 그리 현명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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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이나 스태프들에게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기보다는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그들의 협력을 쉽게 사려고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믿음을 주었는지도 반성해 본다. 아마도 그들에 대한 나의 믿음이 흔들릴 때, 그들의 나에 대한 믿음도 흔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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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믿음이 듬뿍 담긴 맛있는 베이글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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