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70분 편성 제작진 ‘골병’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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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70분 편성에 쓰러지는 제작진들

|contsmark0|제작진 노동강도 ‘최악’… 편성시간 축소가 우선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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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한 드라마 pd는 최근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의 종영도 보지 못한 채 요양원에 들어가야 했다. 수개월 지속된 밤샘작업 이후 이명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더니 뇌 속 동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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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몇해 전에는 한 방송사 pd가 3개월 동안 겨울에 야외에서 사극을 촬영한 후 심한 두통과 구토증세로 병원에 갔다가 의사로부터 간뇌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산재판정은 받지 못했지만 주위에선 방송 중이던 드라마가 조기종영된 뒤 급작스레 기획된 작품에 투입되며 생긴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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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를 끝낸 후 뇌종양으로 병원신세를 졌던 pd가 있는가 하면, 혈액암 판정이 나와 가슴이 내려앉았다는 pd 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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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kbs 모 카메라감독은 설 연휴를 앞두고 무리하게 밤샘작업을 하다가 뇌일혈로 사망해 제작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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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인력과 취약한 제작여건 등이 문제이겠으나 시청률 무한경쟁을 상징하는 드라마 70분 편성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드라마pd들은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편성시간은 축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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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계수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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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 차원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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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외국의 드라마는 50분을 넘지 않으며 길어도 10부를 넘기지 않는다. ‘60분 드라마’는 사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과연 이 차이를 제작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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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 얘기를 들어보자. 현장에서 ‘쪽대본’을 받아드는 게 다반사인 상황이지만 무작정 작가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작가는 이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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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국 드라마작가들의 작업환경과 비교해 우리 작가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매주 140분 분량의 드라마 대본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회당 10분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16부작 미니시리즈라면 기본적으로 160분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드라마 길이를 유지하기 위해 출생의 비밀 등을 설정할까 하는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게 사실이다. 방송시간이 줄어들수록 대본은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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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사전제작이 불가능하다면 대본이라도 사전에 완성해 드라마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기대하기 힘들다. 장기 기획 없이 시놉시스만으로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며, 이마저도 스타파워가 커진 이후 캐스팅 이후 줄거리가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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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sbs <루루공주> 김정은 사례에서 보듯 현 드라마 제작환경은 우수한 연기자들을 드라마와 멀어지게 만든다. 예능프로에서 흔히 등장하는 촬영현장 방문코너에서 피곤에 찌든 얼굴의 탤런트들이 “며칠째 한잠도 못자고 촬영했어요”라고 하는 말에서 그들의 열정에 감탄할 게 아니라 드라마 제작현실에 대한 고발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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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도 노동강도 심화와 완성도를 문제로 편성시간 축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글머리의 사례들처럼 무리한 제작환경은 드라마 pd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회당 10분이면 촬영기간이 주당 이틀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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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에 대한 비판은 pd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분명 더 많이 일하고 있지만 높아진 시청자 수준은 따라잡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방법은 ‘밤샘’밖에 없다. 몇달 전 종영한 mbc <신입사원>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도 테이프 입고시간을 지키지 못해 담당 pd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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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과 70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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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반복되고 있다. 편성시간이 맞지 않아 재편집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2회 방송되는 국내 상황과 달리 주1회 방송이 일반적인 외국은 시청패턴의 차이가 나면서 시청자 흡인력에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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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에 갈수록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bs <루루공주>는 김정은과 정준호라는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지자 차가운 반응을 보였고 mbc <사랑찬가>는 비상식적인 내용을 담다가 여론의 뭇매를 맡고 조기종영을 맞았다. 최근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24>, 와 같은 외화들에 시청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현상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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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조기종영도 계속 논란이 됐다. 드라마 제작진의 한계 상황이 조기조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 조기종영은 방송가에선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다만 ‘종영의 이유’에 관심이 모아질 뿐이다. 올해만 해도 mbc <영웅시대>를 시작으로 mbc <사랑찬가>, sbs <사랑한다 웬수야>, <해변으로 가요>, <돌아온 싱글> 등이 조기 종영됐다. 졸속기획은 시청자 반발을 부르고, 이는 후속 드라마가 예정보다 빨리 시작되면서 악순환을 반복한다. ‘문제가 생기면 종영시키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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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편성시간 축소가 드라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 처방은 아니다. 제작시스템의 변화와 기획력 강화가 없으면 지상파방송의 드라마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외주제작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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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올해 <떨리는 가슴>과 <환생-넥스트>로 쓰지만 값진 경험을 했다. 둘 다 후속작품이 마련되지 않아 급작스럽게 기획되면서 공동pd, 공동작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떨리는 가슴>에 대해 한 제작진은 “‘땜빵’의 새로운 대처방안”이라고 말했고, <환생-넥스트>는 제작발표회 때까지 1회 대본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출연자들은 자신의 배역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시청률도 바닥을 쳤다. 그러나 이는 제작진들에게 드라마 제작시스템 개선에 새로운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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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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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충분했다면 트랜스젠더 얘기를 주말드라마에 내세우는 용기를 발휘하지 못했을지 모르고 톱스타 2명과 계약문제가 얽힌 사건이 없었더라면 시청률 예상이 뻔한 ‘환생’이라는 소재에 3명의 pd와 5명의 작가가 모였을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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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은규 국장은 “1명의 작가와 pd가 미니시리즈 16부작, 주말드라마 40부작을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능한 작가들의 수도 매우 한정적이다. 그러나 공동시스템을 도입해 보니 pd와 작가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었다. 회당책임을 맡으니 대본도 사전에 나왔고 촬영도 미리 들어갈 수 있었다. 메인 pd와 메인 작가가 전체 드라마의 색깔만 잘 조정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우리도 드라마 완성도를 위해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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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변신을 시도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kbs는 올 겨울부터 6회 분량의 미니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으며 mbc도 가을 편성 이후부터 6회 분량의 시추에이션형 단막극을 내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두 곳 모두 tv와 영화로 동시개봉이 가능한 hd작품들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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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변신을 가능하게 하는 첫 단추는 바로 ‘드라마 편성시간 단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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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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