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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황범하 kbs 교육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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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한 권 집어들고 시간을 보내던 저녁시간, 어머니로터 전화가 왔다. 방송사 행사에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며 혹시 네 회사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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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뉴스를 확인해보니 상주에서 어처구니없이 발생한 불행한 사건소식이 들린다. 예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청와대에서 보고받은 ys가 “우째 이런 일이…”하면서 탄식했다는 일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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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십니까? 요즘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이 말이 아주 실감나게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 쓸 일이 많은 개편철인데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디선가 폭탄이 터지거나 방송사가 관련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안 좋은 소식 그 자체보다도 더욱 마음 상하게 만드는 일들은 세상이 방송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관련 기사를 읽거나 네티즌들의 댓글을 읽어보면 방송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는 특성.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에 순간적으로 열 받아서 터뜨리는 분노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들의 거친 말투에는 방송계를 향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 분명 느껴진다. 그들 대부분은 <대장금>, <파리의 연인>, <풀하우스> 같은 드라마에 열광했을 것이고 <개그콘서트>, <웃찾사>, <일밤> 등을 보면서 즐거워했을 것인데 방송사의 실수와 잘못을 너그럽게 양해하는 눈빛으로 봐주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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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관련된 안 좋은 소식에 쏟아지는 질책과 비난은 엄정하기만 하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방송인의 입장에서 옹호하고 싶은 게 아니라 때로는 좀 억울하다 싶은 대목도 눈에 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해봐도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차갑고 엄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이야 어쨌든 방송사가 관련된 안 좋은 소식 대부분의 경우 그 가장 큰 책임은 방송에 있다는 인식이 견고하기만 하다. 우리도 인간인데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런 것 아닌가 하는 말은 정말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 어린 시절에 tv를 보다보면 종종 방송이 끊기면서 방아 찧는 토끼 그림과 함께 ‘잠시 기다려주세요’라는 자막이 나왔던 화면이 기억난다. 그때에 비해서 시청자들의 방송에 대한 기대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복잡해졌고 높아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폭과 속도는 방송기술이나 시설의 발전보다도 더 크고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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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기간 안에 한국의 방송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시청자의 신뢰 획득이라는 측면에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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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방송인들이 불철주야 고민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걸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청자의 변함없는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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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송 pd들은 프로그램의 내용에서부터 객석의 안전 문제까지 다 검토하고 고민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고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 집행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대이다. 이쯤 되면 신입 pd들의 연수내용에 공중안전에 대한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간다는 속담이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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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시청률이 50%에 달하는 국민드라마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마다 방송사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필자가 방송인으로서 일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일본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집단이 도쿄 특수부 검사들이고 영국 국민들이 정부는 안 믿어도 bbc는 믿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방송 pd들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집단이 되는 날이 언제 올 것인지 궁금하다. 적어도 ‘방송사가 가장 책임이 크다’는 말은 좀 안 듣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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