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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평양방문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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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광복60주년 기념 평양문화유적 참관단 일원으로 평양과 묘향산 등을 다녀온 김승수 배우학교 한별 교장(8대 pd연합회장)의 방문기를 지난주에 이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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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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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7시40분경 ‘아리랑’ 공연이 열린 평양 5·1경기장 관람석으로 올라오자마자 반대쪽 배경대(카드섹션 자리)엔 평양 각 구역을 세로로 쓴 글자들이 바뀌며 ‘와’ 하는 함성소리로 경기장을 흔들며 우리를 빨아들이듯 맞이하였다. 우리도 한반도 깃발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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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대 좌우엔 1945와 2005란 숫자가 전광판으로 대칭돼 있었고 각 장(場)과 경(景)의 이름은 무대 위 노동당 깃발 아래에 가로로 전식글자로 보여주며 레이저로 쏜 애니메이션이 장면 내용을 짧게 설명하였다. 배경대는 카드섹션을 하면서 장면마다의 주제와 구호를 바쁘게 보여주면서 동영상의 스크린이 되기도 했다. 정각 8시가 되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장엄한 음악과 함께 모든 출입구에서 체조대(경기장 위)로 전 출연자가 행진하며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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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민족, 선군(先軍)아리랑, 아리랑무지개, 통일아리랑, 강성부흥(强成復興)아리랑으로 나뉜 이번 공연은 19세기말 일본제국에 의한 수난의 시작에서 현대 정보사회까지 약 100년까지의 항일투쟁, 조국해방, 새 나라건설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김일성주의(그들이 영어로 말하는 kimilsungism의 한국어)로 1시간30분 동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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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원 10만명의 유치원생, 청소년, 대학생, 군인들이 등장하여 기계적으로 걷고 뛰고 날고 튀어 오르고 낙하하고 공중을 달리고, 웃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울고 연기하고 황홀경에 빠지기도 했다. 계란과 소, 닭의 탈을 쓰고 추는 집단 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환상적이었고 군인들이 보여준 전투 장면은 섬뜩했다. 유치원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채우더니 2인씩 줄넘기를 하면서 동시에 단체 줄넘기를 하는 묘기, 사람 몸이 60도 각도로 공중으로 쏘아 올려진 뒤 포물선을 그리며 그물 위로 낙하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곡예, 흰 한복을 입은 여성들로 한반도와 제주도, 울릉도와 독도가 만들어지고 배경대엔 ‘우리는 하나, 풍속도 하나’가 떴다. ‘흥하는 내나라’, ‘더 높이 더 빨리’에서 보여준 5층 탑쌓기와 공중을 날며 오토바이를 타고 낙하하는 장면, ‘통일 아리랑’에서 보여준 살풀이 장구소리에 맞춘 10만명의 집단 춤은 가슴을 움직이는 감동이었다. 아니 감동(動)이 아니라 창자 속까지 파고든 감진(震), 즉 느낌이 지진처럼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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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동서고금 아니 미래에도 불가능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만 가능한 김일성 주석이 기획 연출한 인간이 연기하는 유일한 마리오네트 그래픽 쇼였고 그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답게 ‘영원히’ 그들과 함께 ‘계시면서’ 죽어서도 그 나라를 지배하고 지키고 있는 살아있는 21세기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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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여성 복무원에게 반갑다고 말하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부끄러워하며 “반갑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이 있을 텐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무슨 말로 답해야할 지 모르갔시오”라고 답한 리송미 복무원. 유고의 티토 대통령이 왔을 때 화동으로 그에게 꽃을 주었다는 탁경화 안내원. 9일이 한글날이라 식사하면서 한글 얘기를 한마디 꺼냈더니 바로 피, 언어, 지역,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대화를 압도한 민화협의 어느 동무. 우리 식대로 산다는 그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는 그들에게 물었다. 언제쯤 통일이 될 것 같냐고. 바로 나온 대답이 우리 민족이 합심만 하면 통일의 날은 바로 당겨진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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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날 통음을 하며 우리는 중얼거렸다. 통일을 위한 준비는 현실적으로 하되 바로 통일은 하지 말자. 이대로 좀 살아야할 것 같다. 서로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서로 더 필요해질 때가 오지 않겠나. 무리하지 말자. 그네들이나 우리나 다 상처받고 또 치유하고 그러지 말고 일단 서로 좀 알고 쉽게 다니자. 함께 해서 잘 살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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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 꼭 결단을 내겠다’는 그네들의 민족적 자긍심, 전 인민의 역사와 현상에 대한 뚜렷한 정치의식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비벼지고 발효되어 화학적 퓨전(fusion)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얘기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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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배우학교 한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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