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텍사스통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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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텍사스통신 3
미국의 힘
배인수
전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
  • 승인 1998.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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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요즈음 abc방송의 나이트라인이라는 뉴스프로그램을 많이 봅니다. 처음에는 토크 쇼보다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자주 보지 않다가 나이 40먹은 대한민국 남자의 엄숙함 같은 것이 발동을 해서 억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뭔 소리를 떠드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재미가 있어봐야 얼마나 더 재미있겠습니까.나이트라인을 보기 시작하면서 ‘온두라스’와 인근 지방의 물난리에 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 보도 때문에 나이트라인을 보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곳의 물난리가 한국에 얼마나 보도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끔찍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때가 미국 대통령 바람 피운 일에 관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선거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그런 미국 내 사정 때문에 큰 뉴스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온두라스’와 인근 지역의 참상을 가장 많이 다룬 것이 ‘나이트라인’이었습니다.지난 주에는 앵커가 직접 현지에서 진행을 하면서 일주일 내내 그곳 소식을 다루었습니다. 물난리의 참상과 현지 주민의 복구노력까지, 뉴스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는 ‘역시!’라는 감탄과 ‘뭘까?’라는 갑갑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잘 만드는구나.네 잘 만들더군요. 마지막 편으로 현지주민의 복구노력을 보여주면서 호들갑 떨지 않고 아무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작은 사건을 통해 세상 사는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더군요. 대단한 장면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한 편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짜증 나십니까?)감탄사를 연발하며 프로그램을 보고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저도 짜증이 났습니다. 그리고 ‘뭘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갑해졌습니다. 뭐가 다른 걸까? 내가 만든 프로그램과 저 프로그램은 뭐가 다른 걸까? 혹시 다른 것이라고는 보는 내 잣대뿐이 아닐까? 얌전한 고양이 같은 나의 현대식 사대주의만이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그저 지금 내가 끔찍한 돈 들여가며 배우고 있는 영어가 날 압도하는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습니다.한 편에서는 온갖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그 다른 한 편에서는 이웃나라 물난리에 한 주일을 몽땅 쏟아붓는 프로그램이 있는 방송이 미국방송입니다. 이 건 제가 이곳에서 찾은 몇 안되는 진실 중에 하나입니다. 그 진실을 찾아내고 제가 무슨 생각을 했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 방송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방송이 어떠냐구요? 그건 제가 대답할 몫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 드릴까요?abc뉴스가 끝나면 마지막 타이틀 밑에 이런 자막이 뜨면서 누군가가 멋진 목소리로 읽어 줍니다.“more americans get their news from abc news”그걸 보면서 전 다시 한번 우리방송 생각이 났습니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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