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PD의 영화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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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PD의 영화이야기2
여기, 여섯 녹슨 총(?)잡이를 보라!
‘풀 몬티’
홍동식
MBC 라디오국
  • 승인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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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씨, 최씨, 신씨, 남씨, 임씨, 그리고 홍씨….직장에서 버림받은 이 땅의 불쌍한 가(家)장 여섯명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것.하나, 산에 올라 세상을 향해 침뱉기.둘, 실직자 농성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쫓기기.셋, 죽자 사자 술 퍼먹고 망가지기.넷, 퇴직금 끌어모아 이런저런 사업하다 말아먹기….그밖에 뭐 별다른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바다 건너 영국이라는 나라에는 우리에게는 없는 ‘합동(合同) 홀딱쇼’가 있었습니다.요크셔지방의 제철도시 셰필드…. 도심 곳곳에 솟은 거대한 공장굴뚝들이 웅변하듯 돈과 활력이 넘쳤던 도시. 한때 ‘셰필드에서의 생활은 곧 즐거움’이었지만 경제난으로 노동자들이 마구 해고당하면서 ‘셰필드에서의 생활은 곧 괴로움’으로 바뀝니다. 돈은 떨어져, 일자리는 없어, 마누라들은 박박 긁어… 해고자들의 몸과 마음은 말 그대로 황야(荒野)마냥 스산합니다.해서, 양육비가 없어 아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해고자 ‘가즈’는 굶주린 총(?)잡이들을 하나씩 모읍니다.마치 ‘황야의 칠인’에서 율 브린너가 총잡이들을 하나씩 모으듯이….해고 이후 침대에서 총(?) 한 번 시원하게 뽑지 못한 ‘데이브’, 아내에게 6개월간 해직사실을 숨겨온 ‘제럴드’, 자살 직전의 ‘롬퍼’, 또 ‘호스’, ‘가이’ 그리고 ‘가즈’….이들 여섯 총잡이들은 자신들을 찬바람 부는 황야에 내몬 적들-이익만 쫓는 공장주, 서서 오줌누고 싶어하는 마누라들, 나아가 철녀 대처의 보수당정권, 더 나아가 변덕이 죽끓듯 한 자본주의-을 향해 분연히 떨쳐 일어납니다.그런데 가진 무기라고는 달랑 ×× 두 쪽뿐.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홀딱쇼’였습니다.처진 뱃살을 주방용 랩으로 칭칭 감아가면서, 또 볼품없는 거시기에는 확장기구를 써가면서, 그들은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무기를 단련합니다.드디어 결전의 날, 여섯 ‘철강 스트리퍼’(steel stripper)들은 돈만 있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비웃지 못할거라는 믿음 하나로 ok목장이 아닌 스트립 바 ‘핫 메탈’의 무대에 오릅니다.그리고 동네 아줌마들의 열광 앞에서 앞을 가린 모자마저 던져버리고 세상을 향해 그들의 녹슨 총(?)을 조준합니다.“자, 보여줄건 더 이상 없다. 이제 어떡하란 말이냐?”영국에선 ‘풀 몬티’가 ‘타이타닉’을 누르고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는데, 아마 그들에게 이 영화는 곤궁(困窮)의 지난 세월을 웃음으로 더듬게 해준 통쾌한 활극이겠지요. 하지만 명퇴, 황퇴의 칼날 속에 아슬아슬 살아가는 이 땅의 노동자가 보기에 세상에서 가장 씁쓸한 서부극이었습니다.문득 며칠전 d일보의 기사 하나가 떠오릅니다.…18일 오후 2시 경 서울 마포구 h족발집에서 김모(38)씨가 돈을 빼앗기 위해 식당 주인의 아들 형제(8,11세)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1시간 40여분 동안 대치하다 검거됐다…(중략)…김씨는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8개월만에 해고당한 뒤…(후략)아아! 대한민국엔 홀딱쇼가 없습니다. 닝××. |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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