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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김 민 웅 성공회대학 ngo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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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국민을 야수로 만드는 ‘야만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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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민주주의는 없었다 야수로 살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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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를 두고 언론과 방송은 대체로 공길 역으로 나온 배우 이준기의 미모(?)에 관심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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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의 핵심은 절대 권력으로도 결코 길들일 수 없는 민중의 야성(野性)이 가진 생명력이 마침내 드러내는 비장한 아름다움에 있다. 광대 장생은 사랑하는 공길을 사이에 두고, 왕 연산군의 권력과 치열하게 대치한다. 목숨을 내건 줄타기였다. 그것은 동성애의 문제를 넘어서,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인간적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격렬하고도 슬픈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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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수>에서, 동생을 조폭 집단에게 잃은 형사 장도영은 법을 주무르는 권력이 된 범죄, 범죄가 된 권력을 향해, 무모하게도 자신의 손으로 총을 겨눈다. 그런 그는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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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 검사 오진우는 장도영과는 애초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다가가지만 범죄와 동맹을 맺은 권력의 손에 오랏줄로 묶인다. 출소한 이후 결국 오진우의 선택은, 그가 그토록 거부했던 장도영의 방식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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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와 <친절한 금자씨>에서 <오로라 공주>를 거쳐 <태풍>과 <야수>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현실은 본래 선량했던, 또는 조건만 주어지면 충분히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던 사람들이 야수가 되지 않고서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될 수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 <홀리데이>은 이러한 궤적에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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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로, 돌처럼 굳어져 있던 세상의 양심에 돌연 비수를 꽂은 1988년 지강헌 사건을 영화한 <홀리데이>는, 특권질서로 무장한 권력과 그로 인해 희생되어가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를 향해 끓어오른 밑바닥으로부터의 절규였다.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면서 자살을 했던 지강헌은, 자신의 인생이 그 노래의 제목처럼 한번쯤이라도 ‘멋진 휴일’이 될 것을 꿈꾸다가 좌절하고, 인생 자체로부터 탈주한 셈이었다. 지강헌의 반란은 실패했지만, 그의 호랑이 가죽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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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에게 특권이 주어지는 현실은 그 어떤 포장으로도 여전히 야만의 시대에 속해 있다. 그 특권의 음모를 세상에 고발한 자는 기소되고, 그 음모의 주역들은 거침없이 활보하는 세상에서 민주주의는 매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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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양극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권력을 만들어 내는 기초이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사람들을 향해, 사회적 양극화 해소의 처방을 내놓겠다는 대통령이 골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누구나 골프를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이었을까? 아니면, 골프장을 더 많이 만들어도 일자리를 위한 것이니 환경이니 뭐니 하면서 들고 일어나지 말라는 것이었을까? 또는 골프장에서 골프 치는 사람들 치다꺼리 하는 일자리가 더 생기도록 할 테니 고마워하면서 기다리라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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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소리 소문 없이 하고 말았다. 한국은 동북아시아 미군 발진기지가 되고 중국의 반격 목표가 되는 것을 용납해버린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론 견제를 위한 고육지책 운운으로 합리화하고 있으나,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이 결정을 우리는 국민적 의사로 합의해준 바 없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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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의 줄타기는 영화 속의 가상현실로만 끝날 수 없다. 우린, 야수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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