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방송비평] 거의 같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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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엇비슷했던 16년전 문화 프로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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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제대로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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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현대의 거리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 대중문화와 사회의 한쪽에 숨어 있는 고급문화의 벽을 허물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할 필연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건전한 문화 프로그램들은 상업 프로그램들에 밀려 심야 시간대로 밀리거나, 이른바 인기 프로그램들 사이를 메우는 ‘땜질용’으로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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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태어난 kbs의 <문화가 산책>은 뉴스시간의 뒷전에나 조금 소개되던 ‘문화’를 정면으로 끌어냄으로써 그 구실을 충실히 해내온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늘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mbc도 지난 가을 편성 때 <문화 저널>과 <밤의 예술기행>이라는 새 문화 프로그램 둘을 만들어 kbs에 대응하고 있다. 공영이란 대전제를 무시하기 일쑤였던 두 방송사가 그나마 문화 프로그램들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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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들 프로그램이 그 목표에 충실하고 있는가이다. 40분에서 한 시간이나 되는 프로그램을 두 개나 만들어서 과연 문화 향상이라는 목표에 접근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크게 보아 이들 3개 프로그램은 그러한 구실을 잘하고 있다고 보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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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그렇고, 획일적인 진행 방식이 그러하며, 짧은 시간량도 그렇고, 밤 11시, 12시라는 늦은 편성시간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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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프로그램은 진행 방식이 엇비슷해 한두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주요 부분과 한 주의 문화행사들을 짧게 알리는 나머지 부분으로 돼 있다. 지난 89년 12월 13일 방송한 <문화가 산책>은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소개하고 그 편곡자인 김희조씨와 대담한 것으로 많은 시간을 소개했다. 12월 7일 방송한 <문화저널>은 마당놀이 ‘구운몽’을 소개하는데, 12월 9일 <밤의 예술기행>은 베스트셀러 작가 이문열씨와의 대담과 89년 현대한국회화전 출품 작가들과의 대담으로 시간을 거의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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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몇몇 작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작품 선정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선정된 작품들이 다들 명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문화계 전반을 포괄하는 이들 프로그램이 한 두 작품만을 집중 소개하는 것으로 메운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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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전체 맥락과 특징을 보여줘 시청자들이 작품 주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원칙이 분명하지 않은 채 몇몇 장면을 이것저것 소개해 단순히 시청자의 호기심만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이들 선정작들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껼려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kbs가 방송한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kbs처럼 공공기관인 시립가무단의 공연물이고, mbc가 소개한 ‘구운몽’은 mbc가 한창 선전하고 있는 ‘마당놀이’라는 같은 형식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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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을 소개하면서 사회자는 “아주 재미있다” “너무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작”이란 찬사만 늘어놨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소개하는 사회자도 “주제가 설득력 있다” “관중에게 공감을 일으킬 것이다”는 등 좋은 점만 부각시켰다. 문화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문화의 소개를 넘어 찬사와 작품 선전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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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세 프로그램 중에서 <밤의 예술기행>이 다소 낫다. 이문열씨와의 대담에서 그 작가의 상업적 장점 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적절하게 지적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사회자는 개인적인 기호 쪽으로 대화를 몰고 가는 경향이 심하고 보통 시청자가 듣기에 난해한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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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세 프로그램이 저마다 특색을 갖는 차별화 시도에 있다. 지금처럼 알맹이는 같은데 인기있는 사회자를 선정하거나 전체 흐름과 아무 상관없는 서양 고전음악을 억지 춘향으로 프로그램 전반에 깔아서 분위기만 바꾸는 차별화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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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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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깊은물> 90년 1월호 방송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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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문화 프로그램들’ - 이동신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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