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방송 저널리즘이 무지하면 누가 고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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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997년 겨울은 참으로 냉혹했다. 극소수의 지식인들이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지만, 정부는 무슨 소리냐고 근거도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정치권은 관심 자체가 아예 없었다. 선거가 코앞에 닥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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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무지(無知)는 마침내 재앙이 된다. 신문과 방송언론도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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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쪽을 덮친 금융위기는 거대한 해일(海溢)이 되어 우리의 삶을 기습해왔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연쇄적으로 타격한 투기금융자본은 우리의 경우도 예외로 남겨두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일시에 이들 투기 금융자본에 의해 적대적 합병의 과정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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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위기가 닥치자 한편에서는, 정경유착의 국가주도형 개발경제가 낳은 참상이라고 매도했다. 투명성이 없는 폐쇄형 경제의 운명이라는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불충분한 개방이 가져온 비극적 사태라는 진단도 잇달았다. 백성들은 그 사이에 길거리에 나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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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본적으로는, 자신을 방어할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채 투기자본에 노출되어버린 한국경제의 식민지적 특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직시하는 이들은 적었다. 자기 방어 장치 없이 빗장을 푼 금융시장의 정책적 통제력은 대한민국 정부의 손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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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는 이른바 “펀더먼탈(fundamental)”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실물경제의 건전성을 방파제로 내세웠다. 가당치 않은 논리였다. 이미 금융시장의 개방이 몰고 온 투기 자본의 위력은 대권주자들에게 항복문서에 서명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한국경제가 초국적 투기자본의 필요에 구조적 재편을 하도록 일정표는 치밀하게 짜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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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들어선 정부는 외환위기는 투자를 끌어 모으면 극복된다는 식의 단순논법으로 투기자본의 영토를 더더욱 늘려주는 방식을 자초하고 있었다. 알짜 기업을 헐값으로 넘겨주고, 노동시장의 유연화 운운으로 노동환경을 급격하게 악화시켜나갔다. 그 결과는 오늘날, 비정규직의 대량 출현이요 투기자본 론스타 등의 횡포와 유린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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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부는 더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금융시장의 제한을 무방비로 풀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fta)”만이 살 길이라는 정책이 일체의 민주적 논의와 고뇌를 압도하면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이 나라의 운명을 끌고 나가고 있다. 농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요, 문화식민지 체제로 진입하는 스크린 쿼터 축소는 거의 조공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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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재편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는 물론이요, 평택의 기지 이전과 관련한 토지수용의 범위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주한미군의 활동은 우리의 주권과 동북아 평화를 고스란히 위협하고 있으나 정부는 미국의 논리만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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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때에 방송 언론은 과연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정부가 무지하다고, 방송 저널리즘까지 그걸 따라 배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봄은 왔는데, 또 다른 냉혹한 겨울이 저만치서 몰아쳐 오려 하고 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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