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방송] 200회 맞는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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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극화 해소에 도움 되길”

임재영(20세), 임재춘(22세) 형제는 금요일 밤이면 서울 kbs 본관건물에 자주 간다. 그날 녹화가 있다. 매주 인터넷으로 방청권을 신청하고 당첨을 기다린다. 당첨되면 녹화장에서 그날 방송으로 선정된 책도 얻을 수 있다. 많을 때는 6권이나 된다.

임재춘 씨는 “녹화장에서 저자들의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면 이해가 훨씬 빠르다. 방송은 시간제약으로 3분의2만 나가더라. 최고의 문화생활이다”고 말했다. 에는 단골 방청객이 많다. 자주 봐서 눈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됐다. 17일 녹화장에 가보니 제작진도 방청객들을 알아보고 안부를 묻고 있었다.
가 27일 방송 200회를 맞는다. 그동안 400명이 출연했고 7백여권을 소개했다. 이날은 특집을 마련했다. ‘왜 책을 읽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 년에 1천권을 책을 읽는 육군 남강 일병, 2시간 거리의 출근길에 매일 책을 읽는 현대건설 나경준 상무를 만났다. 책을 읽는 동안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실험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앙드레 로슈 르코르 교수도 찾아갔다.
현재 mbc <소울메이트>,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와 같은 시간대에 경쟁중이다. 시청률은 낮지만 시청자들의 감시는 대단하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방송을 할 때마다 조용한 날이 없다. 그만큼 책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는 예상보다 강하다. 이런 반응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담당 김학순 pd는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을 초대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그는 글을 매우 잘 쓰며 이번 책에도 많은 내공이 담겨있다. 아마도 는 어려운 책을 선정하고 학자들이 나와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제작을 하다 보니 절대적으로 ‘좋은 책’은 따로 없다는 걸 알았다. 편견을 많이 깼다. 앞으로는 무협지 등 배제해온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 건 쉬지 않는 작업이다. 김 pd는 “안 해 본 게 없다”고 설명했다. “책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스튜디오에 저자 불러서 얘기나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발전이 없다. 드라마 형식도 제작해봤고,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도 많이 나갔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했다. 피아노 연주까지 했다. 요즘은 제작비가 너무 줄어 고민이다.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책을 선정하는 과정도 매주 쉽지 않다. 자문위원인 김호기, 장정일, 정승일, 정재승, 표정훈, 허병두 씨가 매주 추천도서와 그 이유를 보내온다. 물론 제작진도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매주 바쁘게 움직인다. 이런 의견들을 모아서 방송에 내보낼 책을 고른다. 특정한 인물이 선정도서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제작진은 “이런 과정이 힘들지만 책 선정 과정에 잡음 없이 프로그램을 끌고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사회·문화사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들에 주목한다. 권인숙의 <대한민국은 군대다>, 이어령의 <대나무>가 대표적이다.

이제 제작진도 거의 책박사가 됐다. pd는 가끔 바뀐 편이었지만 작가들은 방송초기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요즘은 정보가 밀집해 있는 책들에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김pd는 “경제의 양극화보다 문화의 양극화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가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 책이 특정한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소외계층에 책을 기증하는 운동이나 집에 숨어있는 헌책들을 나눠보는 운동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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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진이 추천한 5권의 책
- <소년의 눈물>.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돌베게. 1만원. 256쪽.
-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 부키. 9800원. 240쪽.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타드 라시나크, 처크 톰킨스, 짐 발라드 지음. 조천제 옮김. 21세기북스. 1만원. 219쪽.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9800원. 306쪽.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8500원.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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