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짝퉁문화, 명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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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붉은 악마 옷 짝퉁이 유행이다. 시장에서 가짜가 판친다고 방송에서 보도를 한다. 붉은 악마 오리지날 옷 값이 2만원 정도 하니 값싼 짝퉁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진품, 명품에 대한 욕망이 끓는다. 여유가 되면 그래도 공식 마크가 찍힌 붉은 악마 진품 옷을 입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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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게이자부로는 진품지향을 현대의 특징으로 파악한다. 마루야마 게이자부로에 따르면 진품을 지향하는 경향은 서구의 철학 밑바닥에 깔려 있다. 서구 철학의 토대는 진리, 실체를 지향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품, 진품, 진리, 실체를 지향하는 뿌리는 대단히 깊고 그 뿌리를 캐내는 것은 땅 속 깊이 박힌 칡뿌리를 캐내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들다. 뿌리에 대한 이러한 집착은 서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양에서도 유식론이라 하여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욕망은 서구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히말라야가 눈을 뜻하는 히마와 씨앗을 뜻하는 알라야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동양에서도 실체에 대한 집착은 서구의 그것에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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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게이자부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서구 철학은 플라톤의 동일성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카피본은 오리지날과 동일해야 하며 카피본과 오리지날 사이의 차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서구 철학이 진품을 지향하는 것은 진품이야말로 차이를 허용하지 않고 진품 자체로서 거기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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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약이 오리지날 약보다 값이 싸고 짝퉁이 오리지날보다 값이 싸지만, 오리지날, 명품, 진품, 동일성에 대한 욕망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의 거대한 특징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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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진리를 지향하고 짝퉁과 진품 사이의 간극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은 폐쇄적인 세상이다. 인류의 비극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생겨난다. 힌두교도가 시크교도를 탄압하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격돌하며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가 싸운다. 시크교도에 대해 힌두교도는 자기가 오리지날이라고 주장하고 수니파는 시아파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기독교도는 이교도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자기동일성이 최고의 가치이므로 짝퉁과 카피본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쯤되면 기독교는 기독교가 아니라 기독교‘주의’고, 이슬람은 이슬람‘주의’가 된다. ‘이즘’이란 가치를 절대화하고 자기가치화라는 폐쇄회로 안에 갇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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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봉한 영화 <다빈치코드>를 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우리가 이토록 서구사상, 진리, 진품, 실체를 지향하는 사상의 볼모로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뉴욕에 영화 포스터가 거리를 메우고 기독교인들이 거리 시위를 하며 한기총이 벌떼같이 일어나 영화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 진품 혹은 명품에 대한 대중들의 욕망이나 진리, 진실에 대한 영화 감독과 종교계의 욕망이 결국은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욕망이, 스스로가 진실이고 진리라고 주장하는 태도가, 이제껏 인류 역사에서 숱한 피비린내나는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카톨릭은 프로테스탄트와 서로 얼마나 피비린내 나는 학살을 저질렀으며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본 것처럼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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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빈치코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필자가 보기에 천박하기 그지없다. 영화나 소설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맹목적으로 영화를 비난하는 기독교계의 모습을 보면 그 천박성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 있다. <다빈치 코드>는 가짜이므로 볼 필요도 없고 그 원작인 소설은 더 거들떠 볼 필요도 없으며 막달라 마리아를 예수의 아내로 파악하는 것은 이단이라고 몰아세운다. 소설은 성서의 짝퉁이며 영화는 소설의 짝퉁인데, 짝퉁을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종교적인 불관용은 우리 스스로 서구사상이라는 매트릭스에 걸려 있다는 반증 아닌가? 영화 <다빈치 코드>가 진실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나 그 진실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종교계의 반응이나 모두 진리, 실체, 명품, 진품을 지향하는 사고의 결과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진품지향의 사고가 매트릭스의 효과에 불과할 터인데, 그 효과를 진실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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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재/대구 가톨릭대 노어노문학과 교수|contsmar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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