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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
또 다른 소외, 왜곡되는 노인상
SBS <좋은 세상 만들기>를 통해 본 노인 대상화 문제
임현숙
주부

|contsmark0|1. 시청률 제일주의의 격전장, 주말 저녁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에 <좋은 세상 만들기>는 즐길 꺼리 없는 도시 소시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다가앉게 만든다. 연예인 중심의 소란스런 프로그램들에 식상해 있던 많은 소극적 시청자들을 또 하나의 거대한 틈새로 인식하고 파고든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contsmark1|2. 노인출연 프로그램, 그러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은 아니다이 프로그램이 갖는 몇가지 새로움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과연 누가 보는,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가를 생각해보면 많은 의문이 생긴다. 노인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1) 통신에 올라 온 우려의 목소리들sbs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을 보면 총 18건 중 긍정적인 평가가 6건인데 비해 부정적인 평가는 12건으로 두 배나 많았다. 이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본 견해의 상당수가 노인비하·희화 및 이용에 분노를 표시했고 특히 ‘장수퀴즈’의 출제 문제며 진행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contsmark2|2)노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장수퀴즈’대체로 ‘장수퀴즈’에 출제되는 문제들은 특별한 주제 없이 산만하다. 노인들이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을 법한 문제도 있지만 하등의 가치도 없는 문제, 정답을 들어도 기억하기 어려울만큼 생소하거나 맞추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장수퀴즈의 문제는 △문화의 세대 차이로 인한 언어적 간극 희화 △출처가 불분명한 민간치료법 남발 △야한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을 들 수 있다.
|contsmark3|3)노인 인격비하의 심각성·웃음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의 노인이 프로그램이 나이탓에 지적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치와 기지를 요하는 문답퀴즈를 진행한다는 넌센스까지는 납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작 웃고 있는 사람이 출연 노인 당사자나 그 연배노인 시청자들이 아닌 젊은 사람들 뿐이라면 심각하게 재고해보아야 할 문제이다.·노인 인격비하의 결정체 ‘사오정 만들기’‘장수퀴즈’에 출연시켜 놓고 시조 ‘청산리 벽계수’를 청한 뒤 길어질 조짐이 보인다며 그 노인을 따돌리고 퀴즈를 진행하는 장면을 방영하는 등 시조할아버지를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오정 사촌’쯤으로 취급해 버림으로써 인격을 비하하고 시조의 품격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젊은 세대의 잣대로 재는 노인 세상나이 들어도 남 앞에 설 땐 의관을 단정히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살아오신 노인들에게 ‘꾸밈없이 좋지 않느냐’는 논리로 늘 속옷 수준의 차림새를 요구한 듯한 화면 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3. 미덕을 갉아 먹는 작위성1) 각색된 대사들프로그램 첫 순서인 ‘유치원에서 온 편지’에서 보이는 앵무새처럼 시켜서 외운 말만 조잘대고 들어가는 유치원생들의 모습은 유난히 작위성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며 더구나 잦은 이성친구 이야기는 주문에 의한 것으로 보여 거부감마저 든다.
|contsmark4|2)제살 깎기식의 작위적 연출‘내고장 cf’코너에서 주름지고 등 굽은 노인들에게 어색한 고전의상을 입혀 억지 연기와 유치한 대사를 하게 하는 순서는 심한 거부감을 주며 재미는커녕 추한 느낌마저 든다.회를 거듭할수록 작위성이 짙어지는 현상은 아이디어의 고갈에서 비롯됐겠지만 이는 제 살 깎기에 불과한 위험한 방법이다.
|contsmark5|4. 글을 맺으며 : 대안의 모색1)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의 절대빈곤<좋은 세상 만들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농어촌의 노인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소외 문제의 한 자락이라도 접근해 보려는 제작진의 의지가 시청률 중심적인 사고의 한 켠에 분명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의지의 긍정성을 적극적으로 발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청률이라는 양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텔레비전에서 소외된 노인들에게 진정한 오락을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 더욱 가치를 빛낼 수 있어야겠다.
|contsmark6|2)생활 속에서 빛나는 노인의 모습 찾기‘장수 퀴즈’의 내용이나 형식도 좀 더 노인생활에 밀착될 필요가 있다. 노인들 생활 가까이로 다가가 문제를 찾아내 온다면 노인을 멀뚱이 앉혀놓고 웃음거리 만드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에서도 상경한 노인과 객지의 자손이 함께 퀴즈를 풀게 하거나 신·구세대의 물건, 용어 등을 바꿔 배우는 순서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있고 재미있음직 하다.고향 노인들이 넉넉한 마음에 인기의 비결을 기대어 온 <좋은 세상 만들기>가 진정 그 분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일신해 그동안 빚진 고마움을 갚았으면 좋겠다.|contsmar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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