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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며 내다보며]

본지는 선후배 pd들간의 의사소통 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번호부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pd연합회)의 전직 회장 칼럼을 신설한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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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다. 새로 옮겨간 드라마팀에 적응은 잘하고 있니? 인터넷에 뜬 “선배가 후배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기사를 코비스에 올렸을 때 넌 세상은 참 따뜻한 곳임을 느꼈다는 메일을 내게 보냈었지. 그리고도 몇 달이 지났다. 함께 인물현대사를 기획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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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대 초 해방이후 사건을 드라마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대사를 정리한 다큐멘터리극장과 달리 ‘분야별 인물을 통한 시대정신 읽기’를 콘셉트로 기획된 인물현대사팀에서 넌 막내였지. 함께 대상인물을 선정하고, 자문단을 구성하고, 진행자도 선정했지. 네가 ‘광주최후의 시민군 윤상원’을 제작할 때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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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 ‘나는 커서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그의 중학교 때 일기를 넣는 문제로 판단은 시청자가 하는 것이라 제작자의 작의적 의도를 강조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 의견과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좋은 소재라는 네 의견이 갈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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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물현대사 뿐일까. 다큐멘터리는 그런 치열한 고민과 토론 끝에 도출된 주관적객관이란 가치로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 아니겠니? 그러나 우리가 늘 고민하는 다큐정신은 프로그램의 잣대가 아닌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매도되었고,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했던 일련의 준비과정조차 왜곡돼 사장을 공격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당했지. 그런 조건 속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했던 너와 팀원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하지만 서글프게도 그 때의 망령이 지금도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고, 여태 후배들에게 마음껏 프로그램에만 몰두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못난 선배로서 면목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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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물현대사는 역사로 남았다. 아픈, 기억하기 싫은 추억들은 다 날려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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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유난히 영상감각에 탁월했던 널 보배라고 불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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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고 마침내 새로운 출발의 기회로 삼은 드라마의 제작여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어 걱정이구나. 광고가 매년 1000억 이상씩 빠져나가는 한정된 재원아래서 늘어가는 제작비 인상은커녕, 오히려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콘텐츠가 생명인데, 더 이상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는 외주사로 넘어갔고 저작권마저 확보하기 어려워 이제 방송사는 콘텐츠의 방송권만을 갖는 매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드라마팀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개혁과 재원마련에 지금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다. 이미 케이블시장 매출액이 지상파를 추월했고 매출액 10조, 연간 수익만 1, 2조가 넘는 통신공룡들이 영화, 음반, 게임 등 콘텐츠를 장악하며 방송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인드의 부족으로 과거의 영화만을 추억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난 1년간 경영혁신팀을 끌어온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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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드라마의 여건이 어렵더라도 최고를 만들기 위해 너의 모든 것을 던져다오. 이 회사는 콘텐츠회사이고, 이 회사에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며, 최고를 만들어야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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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리를 하면서 공영방송을 대표할 브랜드를 계속 개발해내고, 새로운 공익재원과 비용절감으로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며 조직의 재편과 다각적인 매체전략으로 거대한 신규매체의 도전을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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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공적가치이자 의무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자. 그래서 네가 보배인 것이다. 네가 드라마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함께 소주잔 기울일 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건강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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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랑/제11대 pd연합회장·kbs 경영혁신 팀장|contsmark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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