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미디어공약, '미디어혁신기구 신설' vs '방심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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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산업 진흥', 미래통합당 '규제 완화' 강조
민생당은 '공공성 강화' 정의당은 '혐오표현 대응'에 초점

ⓒ 국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 ⓒ 국회

[PD저널=이미나 기자] 거대 양당이 총선 미디어분야 공약에서 방송통신 관련 조직개편을 내걸었다. 방송·통신 진흥과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손봐야 한다는 내용이지만 공약의 배경과 방향은 다르다. 

각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별도로 발표한 정책공약집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미디어를 관장하는 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미디어 담당 부서를 모아 방송통신기구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하게 나왔지만,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정책공약집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 미디어정책 담당 부서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통신 융합 가속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 조직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통합당은 뉴미디어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뉴미디어위원회는 방송사업자 허가‧재승인 등의 기존 업무를 맡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기능은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는 방송사업자 허가·승인 등의 업무를 뉴미디어위원회에 맡기겠다는 계획인데, 관심은 방심위 폐지에  쏠려있다.  

미래통합당 정책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뉴미디어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 등 기능적인 부분은 총선 이후 공약을 실천하면서 추후 진행할 내용"이라며 "이 공약의 방점은 '방심위 폐지'에 있다"고 부연했다.

그 밖의 주요 공약들은 정당별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미디어산업의 활성화와 미디어 생태계 계선을 혁신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미디어 산업 진흥'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요 공약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확대' 'PP와 독립외주지원사의 혁신형 콘텐츠 지원 확대' '국내 OTT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콘텐츠 수출‧유통 지원 강화' 등 주로 산업 지원을 위한 방안이 담겼다.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 방안은 방통위가 앞서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방안들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사업자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은 올 초 방통위가 2020년 업무계획 중 하나로 발표한 것이며, 망 이용료 역차별 해소 역시 지난해 방통위가 제정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디어혁신기구' 설치 및 운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데 따른 것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를 발족해 정부에 범사회적 미디어 개혁 기구의 설치를 주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 및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한 혁신적 미디어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국회, 정부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하는 한시적 미디어 혁신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은 먼저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을 하겠다"며 방송사 지배구조 규제완화를 내세웠다. 방송사에 대한 1인 소유지분 제한을 현행 40%에서 49%로,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은 10%에서 30%로 완화해 자본의 유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방통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부 민영방송의 겸영규제 완화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거나 중장기적으론 민영방송의 규제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특정 대기업이나 대주주가 방송사의 콘텐츠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방송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주장해 온 '언론 장악' 프레임에 근거한 공약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방심위 폐지' 공약이다. 미래통합당은 "최근 야당 불리 편파방송에 대한 방심위 심의신청 결과, 행정지도는 1건이었고 기각된 것은 36건이었다"며 "방송심의 관련 방심위의 편파성 및 불공정성이 도를 넘으며, 고유 기능을 못하는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민생당의 미디어 부문 공약은 '방송 공공성‧공정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생당은 "방송이 정치 및 자본권력에 장악되면서 공공성‧공정성이 상실됐다"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방송 공공성‧공정성을 위한 규제 및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 공영 및 민영방송 정의 도입 및 공영방송 핵심가치 부여 △ 편파방송 배제를 위한 '국민참여심의제' 도입 △ 공영방송 수신료 투명화 및 경영난 해소를 위한 '수신료 검증위원회' 구성 △ 차별 없는 규제체제 전환 및 재허가 기간 연장 검토 등을 들었다.

또 "방송‧미디어 산업을 혁신하고, 공정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지역 민영방송 편성규제 완화' '지역‧중소방송 지원 강화' '디지털 방송 보편 서비스 확대' 등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이고 불공정 경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공약도 내놨다.

정의당은 '혐오표현 대응' '미디어 이용자 권리 향상'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다른 정당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먼저 혐오표현 대응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뒤 국회 차원의 혐오표현 대응기구를 설치해 정치인의 혐오‧차별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수자·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을 재생산하는 언론‧방송사례 모니터링 사업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성평등 미디어환경 조성을 위해 방통위 및 방심위 위원과 공영방송사 이사에 특정성별의 쏠림을 방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방통위에 젠더 담당관을 두고 주요 정책 결정 시 성별 영향평가를 실시하거나 방송평가에 젠더 항목을 포함하자는 공약은 지난해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제안한 '11대 미디어 개혁과제'의 내용과 흡사하다.

시청자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방송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 역시 지난해 제안된 '11대 미디어 개혁과제'의 뜻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지상파‧종편‧보도채널 등의 시청자위원회 위원 선임을 시청자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 또는 방송사 노사 동수 추천 등 대표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종별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 등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저작권과 수익의 공정한 배분‧제작비 산정과 지급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송프로그램 독립제작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기준‧배점에 노동권 및 고용보장에 대한 항목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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