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문조사 응답에 나타난 인사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막대한 광고비 집행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핵심적인 인물. 그러나 그동안 비슷한 설문조사에서 이 회장은 좀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2008년 현재, 이건희 회장이 ‘한국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사람’ 6위에 올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명박 정부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할 경우, 대표적인 수혜자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중앙일보의 실질적인 소유는 삼성. 따라서 중앙일보의 방송 진출은 삼성의 방송 진출로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삼성의 언론 통제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삼성은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비판적으로 보도해 온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해 2개월 이상 광고를 거의 끊었다. 삼성의 광고비가 전체 예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온 한겨레와 경향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목도한 언론사들이 삼성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기란 어렵다. 삼성의 대 언론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블로거뉴스’도 눈에 띄는 응답 중 하나다. 한 응답자는 “기존 언론사의 일방적 뉴스 생산 시대는 가고, 포털의 시대도 수명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곧 블로거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응답자는 “향후 블로거뉴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 관계자 중에선 김종학프로덕션의 김종학 대표가 가장 높은 17위에 올랐다. 한 응답자는 “최근 〈태왕사신기〉 등에서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을 투입했고, 방송사의 편성을 좌우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대한민국 방송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장에서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미 드라마 시장은 외주로 넘어갔고, 김종학은 그 선두에 있다”고 말했다.
- 이슈 큐레이션
- 입력 2008.01.30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