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 결혼했어요’ 베일을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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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PD에게 듣는 진짜 같은 가짜 부부들의 신혼이야기

남녀 스타 네 쌍을 가상의 부부로 설정해 그들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최근 인기다.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돼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 16일부터 〈일밤〉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6주 만에 〈일밤〉 전체 시청률을 훨씬 웃도는 15% 안팎의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서인영-크라운J, 앤디-솔비, 사오리-정형돈, 알렉스-신애 등 네 쌍의 커플은 숱한 비혼 남녀들에게 이상형 혹은 ‘비호감’으로 회자되고, 알렉스가 방송에서 부르는 노래는 단숨에 인터넷 검색어 수위권을 차지하며, ‘서방’(서인영이 남편인 크라운J를 부르는 호칭), ‘신상’(신상품의 줄임말) 등은 유행어가 됐다.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알렉스와 신애는 실제로도 사귈까? 서인영은 진짜 ‘신상’만 밝힐까? 정형돈은 정말 무례한 남자일까? 이런 의문점들을 가지고 ‘우리 결혼했어요’를 연출하는 전성호 PD를 만났다. 전 PD는 어떤 질문에는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답변하면서도, “상상에 맡기고 싶은” 부분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솔직히 밝히고, 때로는 숨기려 한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한 모든 것.

Q 무뚝뚝한 정형돈, ‘신상’만 밝히는 서인영. ‘리얼’인가, 설정인가.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자들은 각자 개성을 갖고 있다. 귀여운 신랑 앤디, 로맨틱한 알렉스, ‘LA 스타일’ 크라운J처럼.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된 인물은 정형돈과 서인영이다.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인 정형돈은 ‘결혼 20년차’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비난과 공감을 이끌어냈고, ‘신상(품)’만 밝히는 서인영은 남편 크라운J를 말 그대로 ‘갖고 놀아’ 남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렇다면 ‘안티’를 부르는 이들의 성격과 태도는 정말 ‘리얼’일까? 아니면 설정인 걸까?

▲ 사진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애-알렉스, 솔비-앤디, 사오리-정형돈, 서인영-크라운J 커플 ⓒMBC
전성호 PD는 “따로 디렉션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는 말로 설정 의혹을 부인했다. 제작진이 각각의 출연자에게 어떤 콘셉트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 PD는 “콘셉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기 개성 따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출연자들의 태도나 행동은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혼자 있을 때와 달리 가상의 부부라는 관계 속에서 반응이 나온다”는 설명. 즉, 각각의 출연자가 갖고 있는 캐릭터는 제작진이 요구한 콘셉트가 아닌, 출연자들 각자가 그들의 관계 속에서 나름의 태도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Q 촬영은 어떻게 하나.

방송을 보면 네 커플이 생활하는 모습을 어떻게 촬영하는지도 궁금해진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수십 명의 스태프가 몰려가 촬영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한데…. 그래서 전성호 PD에게 사실적인 화면 연출과 촬영 기법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전 PD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카메라가 몇 대씩 투입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상상에 맡기고 싶다”며 “촬영기법에 대해 말하면 거리감을 주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보시는 게 더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만의 노하우와 MBC만의 노하우가 있다”고만 덧붙였다.

네 커플의 집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전 PD는 “상상의 공간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주인집’ 알렉스-신애 커플이 특별히 전원주택에 사는 이유도? “비밀”이란다.

Q 앤디와 솔비, 알렉스와 신애, 저러다 정말 사귀는 거 아냐?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기는 가장 큰 호기심이 아닐까. 많은 이들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들이 실제로 사귀었으면 하고 희망하기도 한다. 이는 알렉스도 이미 인정한 바. 그는 방송에서 앤디와 솔비가 실제로 사귀게 될 것 같다고 예상하면서 자신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했다.

그러면 실제로 사귀고 있는 커플도 있을까. 전성호 PD는 “가상의 부부라 알 수 없지만, 부부 생활을 해보기 쉽지 않은데 함께 생활을 하면서 화학 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의도한다고 해서 사귀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의도하지 않아도 사귈 수 있는 거 아니겠냐”며 “전적으로 본인들에 달려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 PD는 하지만 “혹시 뭔가 생기더라도 우리 프로그램 안에서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촬영을 2주에 한번 하다 보니 그 사이에 출연자들끼리 진도를 확 나가면 정작 프로그램에선 감정의 변화가 생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싸우는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겠지만.

▲ 싸우고, 화해하고, 이벤트를 즐기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들이 사는 법. ⓒMBC

Q 알렉스 하차설의 진위는?

최근 알렉스의 하차설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다. 솔로 앨범을 위해 하차한다는 기사부터 다시 고려 중이라는 기사까지 매일 번갈아 나오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PD는 “논의 중”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알렉스 쪽에서도 계속 했으면 하지만, 녹음실이 위약금 문제 같은 것도 있지 않냐”며 “아무튼 녹음이 많이 미뤄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Q 출연진 교체는 언제?

지난 2월 파일럿으로 방송될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는 OX 선택으로 끝을 맺었다. 네 커플이 부부로 생활을 하게 한 뒤, 계속 부부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지 여부를 OX로 물었던 것. 그러나 지난달 정규방송으로 편성되면서 이 같은 방식은 사라졌다. 현재 네 커플은 6주 동안 계속해서 부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언젠가 모든 커플이 이혼이든, 출연자 교체 때문이든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전성호 PD에게 출연자 교체 계획을 물었다. 그는 “실제로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면서 “파일럿 방송 때는 한 회로 끝나야 하니까 OX 선택을 했는데,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인위적인 장치는 점점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진정성이 생긴다”는 게 그의 설명. 전 PD는 “파일럿 방송이 특집단막극이었다면, 지금은 연속극”이라며 “어떤 것도 정해놓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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