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새판짜기’ 신호탄 …코바코 해체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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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코바코 독점’ 헌법 불합치 판결 파장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 양휘부, 이하 코바코)의 지상파방송 광고 독점 대행에 대해 헌법 불합치 선고를 내려 미디어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코바코 독점 광고영업 체제는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28년 동안 유지돼 현재의 지상파방송사의 구도를 유지하는 물적 토대였다. 특히 광고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지해온 패키지 판매 이른바 ‘끼워팔기’는 메이저 방송사의 광고 독주를 견제하고 지역방송과 취약매체에 광고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제도적 완충 장치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판결로 정부는 내년까지 관련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고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해야한다.

10여년 동안 계속돼온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란은 헌재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판결 이후 언론시민단체와 지역방송사들은 일제히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 헌법재판소

■헌재 판결 무엇을 의미하나= 헌재의 판결로 지상파방송 광고대행 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그동안 코바코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지상파방송 광고영업권이 위헌이라며 민간 광고대행업체의 지상파방송 광고 대행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장 법률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 시장을 무질서한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며 “2009년 말까지는 규정을 잠정 적용할 수 있다”고 유예기간을 뒀다.

따라서 민영미디어렙은 내년 방송가 최대 이슈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지상파방송사 의견수렴과 법 개정 등 결코 시간이 길지 않다. 게다가 공영과 민영 등 방송사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제도를 채택할 경우 민영미디어렙에 광고 대행을 맡길 방송사를 정하는 기준 역시 복잡한 문제다.

■코바코 어떻게 되나 =코바코는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코바코는 지상파방송의 모든 채널의 방송광고를 대행해 1년에 2조가 넘는 금액을 신탁해 왔다. 따라서 현재의 코바코를 유지하고 과도기적 형태로 1개의 민영미디어렙만을 허용하더라도 코바코의 기능 축소 내지 인력조정은 불가피하다.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자체 광고제도개선TF에서는 민영미디어렙에 코바코가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검토한바 있지만 이것 역시 그대로 이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광고판매제도에 대한 주도권을 획득하려고 하고 있어 백지화 상태에서 새롭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새판짜기’ 일환 = 이번 헌재 판결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구도개편의 신호탄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발표하며 코바코를 해체하고 지상파광고시장의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조치를 발표했지만 종교방송사와 지역방송사의 브레이크에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판결은 정부의 부담을 날려버렸다.

절묘한 타이밍을 맞춘 헌재의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정부와 헌재의 보조 맞추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문순 의원은 한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제도가 생긴 지 27년이 됐는데 헌법 불합치라고 한다면 우리 국가가 27년간 헌법에 맞지 않는 제도를 운영해 온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그 내용도 정부 여당과 조율한 의심도 여러 군데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MBC 19개사와 지역민방 9개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지역방송협의회는 헌재 판결이 나기 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2006년 3월에 제기된 헌법 소원에 대해 2년여 동안 잠잠하다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코바코 체제가 거론된 시점에 즈음해서 헌재가 판결을 내리려 하는 것은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 불교방송 노조, CBS노조는 헌재의 결정을 하루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가회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코바코의 존재가치를 법리적으로 올바르게 해석하라”고 촉구했다.

■지역방송사·종교방송사, 광고 직격탄 = 주요 방송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광고물량이 현재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광고가 취약한 지역방송사와 종교방송사는 광고매출에 직접적이 영향을 받는다. 코바코 역시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광고 하락은 물론 일부 종교방송사의 경우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역사들은 각 사별 내부 대책회의를 했지만 헌재 판결이 워낙 위력이 커 유감입장을 발표한 이후 아직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한 지역MBC 관계자는 “지역 MBC 광역화나 지역방송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안이하게 생각했던 지역 PD들도 이번 판결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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