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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독립PD가 3년을 넘게 걸려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주말 관객 20만을 돌파해 신기록을 세웠고 입소문이 계속 불어나 미구에 관객 50만 혹은 그 이상의 기록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워낭소리>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과 소통, 생로병사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열악한 여건에서 이같이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충렬 PD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비화와 후일담이 꼬리를 문다. 독립 PD로 오랫동안 일했던 감독의 이력이 소재를 발굴하는 기초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폐광지역에서 6개월 이상 작업한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의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아 사실상 폐기되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번 <워낭소리>도 방송사의 벽을 뚫지 못해 애를 먹었고 마침내 영화 쪽으로 활로를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로 개봉되었다는 얘기는 자못 시사적이다.

지상파 방송의 어떤 요인이 이 <워낭소리>를 기피하도록 하였을까. 프로그램 단가나 저작권 때문인가. 혹은 감식안의 부재로 인한 것인가. 톺아볼 대목이다. 나아가 기존 방송사에서 이런 다큐멘터리를 자체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농촌과 노인 얘기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속설, 3 년 여에 걸친 제작기간, 극적인 구성과 긴장감을 선호하는 방송가의 풍토 등을 생각할 때 외주든 자체든 지상파의 <워낭소리>는 여의치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워낭소리>는 독립 PD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에 있는 제도권 방송인들에게 자성의 계기로 다가온다. 근성과 집념 그리고 무엇보다 삶과 사물에 대한 진솔하고 열린 자세가 좋은 작품을 낳는다는 것이 <워낭소리>가 지상파 방송인들에게 들려주는 소리는 아닌가. <워낭소리>가 지상파에서 방영되어도 지금과 같은 반응이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에서 인정받고 싶지 영화에서 인정받고 싶은 건 아니라는 다큐멘터리스트 이충렬 PD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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