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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공영 다민영’방침…MBC 민영화 변수 속 여야 모두 난색

여당이 지난 7월 날치기 처리한 언론관계법과 함께 현재의 공영 중심 방송구조를 재편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민영 미디어렙 관련 논의가 10월 초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장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시장 독식과 이에 따른 지역·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의 고사 가능성에 대한 해법 찾기가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영렙과 민영렙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영방송 민영화, 직접적으로 MBC 민영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부는 ‘1공영 다(多)민영’ 체제로의 전환 기조를 굳힌 모양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1공영 1민영’은 자유경제 체제에 적합하지 않다”며 사실상 1개 방송사가 최소 1개의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 체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지난해 9월 22일 '민영미디어렙 도입 반대' 시위에 참석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노조원들이 선전물을 흔들고 있다.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지난 5월 국회에 제출돼 지난 25일 문방위에 상정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다.

한 의원의 안은 KBS와 EBS의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해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 설립을 규정, 사실상 1개의 공영렙 범주에 KBS와 EBS만을 속하게 하고 있다. 반면 MBC와 SBS의 경우 사실상 각각 지분의 51%까지 소유 가능한 자회사로서의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까지 공영방송으로서 기능해온 MBC가 민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결국 스스로의 정체성을 ‘민영방송’으로 규정짓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공영방송법과 함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논란이 언론법 제2차 대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야당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MBC 민영화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대안 법안들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거나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민주당은 29일 전병헌 의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1공영 1민영’ 체제의 미디어렙 체제를 도입하되, 공·민영 미디어렙 모두가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전체의 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공·민영 미디어렙의 소유구조만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 국회에 제출한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도 법안 제12조에서 KBS와 EBS, MBC의 광고를 공영렙인 한국광고공사로 하여금 판매토록 할 것을 규정했다. MBC 민영화 논란 자체를 차단한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의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 체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익성을 앞세운 민영 미디어렙이 2개 이상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 지역·종교방송들의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지난 24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 체제는 지역·종교방송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한시적으로 ‘1공영 1민영’으로 제한경쟁을 시키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진성호 의원도 지난 22일 “종국적으로는 1사 1렙이 맞지만, 이처럼 완전경쟁을 할 경우 신문·잡지 등의 취약매체는 곧바로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1공영 1민영’ 방안을 사실상 지원하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보다 광고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방법을 모색 중”(최시중 위원장), “1공영 1민영에는 여전히 위헌적 요소가 남는다”(김대현 문화부 방송영상광고과장)는 등의 이유를 들어 ‘1공영 다민영’ 체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방침이 아직 여당의 당론으로 확정되지 못한 만큼 민주당 등 야당의 법안 제출에 맞춰 수정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는 “현재 MBC와 SBS의 광고 판매율이 40~5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송광고판매대행 시장에 경쟁이 도입돼 광고 시장 규모가 3000억원 가량이 더 늘어난다 해도 이는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MBC·SBS 등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1공영 다민영’ 방침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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