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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김재철 사장 연임 대세론을 들여다본다

차기 MBC 사장 윤곽이 곧 드러난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는 10일 오후 3시 이사회를 열어 사장 후보자를 3배수 정도로 압축할 계획이다. 이후 16일 면접에서 사장 내정자가 결정되면, 주주총회의 최종 선임 절차만 남겨두게 된다.

통상 MBC 사장 선임 시기가 되면 누가 유력하다거나 하는 하마평이 떠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15명 정도의 후보자가 응모를 했다느니, 전·현직 MBC 계열사 사장 등이 지원했다느니, 거론되는 이름들은 많지만 관심사는 하나,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다. 막판 반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김재철 연임론’이 대세인 것이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김재철 사장, 연임 확신?

MBC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재철 사장은 이미 자신의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후속 인사와 조직개편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앞서 지난해 12월 창사49주년 기념사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은 효율적인 평가 제도에서 시작된다”면서 “프로그램별 공헌 이익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에 따라 인력을 평가하겠다”며 ‘효율성’과 ‘성과’를 강조했다.

또 “제로베이스, 백지 상태에서 조직을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면서 “제작부문과 사업부문 등 이른바 ‘전투부대’의 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부문에는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김재철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구조조정 수준에 가까운 조직개편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근 MBC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BC 구성원 대다수가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질 부족, 일방통행식 경영, 공정성 훼손 등 그 이유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또한 지난해 5월 파업 당시 연차와 노조원 여부를 막론하고 1000명이 넘는 MBC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김재철 사장에게 퇴진을 촉구한 바 있다. 조합원들은 물론 보직간부들과 중견 사원들로부터도 이미 ‘불신임’ 딱지를 받은 그다.

그런 김재철 사장이 연임된다면, 내부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MBC노조는 이미 김재철 사장 연임 저지를 위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단체협약 해지와 임단협 파기로 노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김재철 사장이 연임될 경우 노사 화합은 물론, 경영진과 보직 간부, 일반 구성원들 간의 관계 회복은 요원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김재철 사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것

이런 가운데 방문진이 다시 김재철 사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노조 등이 주장한 대로 ‘단협 해지’가 청와대와 방문진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인 사유로는 곤란할 터다. 그렇다면, 신임 사장도 아닌, 현직 사장이 ‘연임’되기 위해서는 재직 기간 동안 보여준 ‘성과’와 그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것이라면? 노조 파업 유도? 대량 징계? 임단협 파기? 아니면 〈PD수첩〉 불방 사태 초래? 온통 노조나 구성원들과 반목한 일들뿐이다. 경인지사 신설 등 추진한 사업들은 적지 않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경쟁력이 좋았나? 그것도 아니다. 지난 한해 ‘드라마 왕국’ MBC가 히트시킨 드라마라고는 〈동이〉와 〈파스타〉 정도다. 드라마 경쟁력은 줄곧 SBS에 밀렸고, 이 때문에 지난 한해 주간 시청률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특정 기간을 제외하면 2~3위에 머물렀다. 지난 1월 셋째 주 들어 9주 만에 주간 1위로 올라선 게 쾌거라면 쾌거다.

물론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MBC는 지난해 6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재철 사장은 “2009년에 비해 700% 넘게 늘어난 성과”라며 자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2009년 단행된 제작비 삭감 등 비상경영 조치에 따른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MBC는 6300억원의 광고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은 43억원에 머물렀다. 그런데 2010년에는 광고매출이 5900억원 수준이었음에도 6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광고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약 840억원)했음에도 제작비는 15%를 일괄 삭감한 2009년에 비해 소폭(약 170억원)만이 상승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MBC노조는 “경영진은 지난해 영업실적이 최근 5년간 최고라고 자랑하지만, 이렇듯 실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빈약한 콘텐츠 투자라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일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해 임단협 일방 파기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김재철 사장이 시위 중인 MBC노조 집행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2월, 방문진을 주시하는 이유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이 연임이 되든 되지 않든, 그가 공영방송 MBC 사장 후보자 명단에 다시 한 번 오른 이상 그의 지난 1년간 행보에 대한 공과를 철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엄중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요즘 ‘페이스북’ 등에선 MBC 사장도 오디션으로 뽑자는 농담 섞인 제안이 나온다고 한다. 공영방송사 아나운서도 예능 프로그램 오디션으로 뽑는 시대에, 안 될 게 뭐 있나 싶긴 하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위대한 탄생〉도 만들고 〈신입사원〉도 만들었다는 거다.

‘애국세력’을 자처하는 보수 세력 일각의 ‘MBC정상화국민행동’도 ‘MBC 사장 선임 TV 생중계 공청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장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MBC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문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각 의도나 속셈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MBC 사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이 철저한 검증 없이 ‘김재철 연임’에 도장을 찍을 지, 아니면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막판 반전을 선사할 것인지, 2월, 모두가 방문진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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